'현대차 영업직원 A씨 차 말고 떡 팔고 있었네'

실적 없어도 기본급여 높아 딴짓..노조반발 등 거세 뾰족한 대책없어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현대자동차가 일부 영업직원의 '투잡(two job)' 행태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현대차는 직원들의 투잡을 일절 금지하고 있지만 실적이 없어도 기본 급여가 제공된다는 점에서 영업직원들이 느끼는 유혹은 클 수밖에 없다.호남지역의 한 현대차 지점에서 근무하는 영업사원은 최근 사내 감사실의 뒷조사를 받았다. 판매실적이 2개월 이상 전혀 나오지 않자 감사실이 직접 이 사원의 하루 일과 파악에 나선 것이다.감사 결과 이 직원은 본업인 자동차 영업 보다는 또 다른 직업에 온 신경을 집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근 후 근무 시간 대부분을 부인 명의로 문을 연 떡집에서 보냈다. 회사에서 나오는 기본급여는 사실상 공짜로 제공되는 용돈과 다름없었다. 외근이 잦은 영업직의 속성을 악용한 셈이다.판매 실적이 부진한 또 다른 영업사원 역시 이와 비슷한 경우로 적발됐다. 그는 본인 명의로 돼 있는 세차장을 별도로 운영하다가 감사실의 레이더망에 걸려들었다.일반적으로 자동차 영업직원은 개인사업자인 경우가 많지만 현대차의 경우 대리점 소속 개인사업자 뿐 아니라 회사의 지점 소속 영업직원도 있다. 이들은 사업자가 아닌 직장인이다.현대차 영업직원들의 투잡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회사 관계자는 "감사에 적발된 건수가 의외로 많다"고 말했다.이들의 투잡은 기본급여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다른 국산차 업체보다 높기 때문에 나타난다는 지적이다. 지점 소속 영업직원들은 기본급여가 높은 대신 판매 수당이 상대적으로 적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판매 수당은 차급에 따라 다르지만 대당 10만원에서 많게는 30~40만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해 100대 이상 판매하는 현대차 영업우수사원들의 연봉은 1억원을 웃돈다. 차량 가격 등 여러가지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판매대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외제차 우수 딜러의 연봉이 2억~3억원 이상이라는 것과 비교하면 현대차 영업직원들의 판매에 대한 동기 부여는 작은 셈이다. 즉 기본급여가 세다 보니 차를 팔지 않아도 월급은 꼬박꼬박 챙길 수 있는 구조가 됐다는 얘기다.다른 국산차 업체인 GM대우는 2~3년 전부터 판매 수당을 확대하는 쪽으로 바꿨다.현대차 역시 이 같은 구조를 바꾸기 위해 노력중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노조 반발이 워낙 거세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한달에 차 한대만 팔아도 회사에서 실적 부진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데다, 실적이 저조한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한편 이번에 적발된 호남지역 영업사원에 대한 뒷조사에 대해 노조 일부에서 '불법 사찰'이라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아직까지 공론화되지는 않고 있다.노조 관계자는 "현황 파악중인데, 본회의 안건으로 아직 올라오지는 않았다"면서도 "근무 태도와 관련된 만큼 특별히 문제를 삼을만한 건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최일권 기자 igchoi@<ⓒ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부 최일권 기자 igchoi@ⓒ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