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박연미 기자]정부가 29일 대ㆍ중기업계와 공동으로 마련해 발표한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 추진대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단순한 상생 (相生)차원을 뛰어넘어 상성(相成ㆍ동반성장)의 단계로 진입해야 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강조해온 '공정 사회'의 화두를 비즈니스세계에 반영해 대기업에는 의무와 책임을 강화해 중소기업과의 공정하지 못한 거래관행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한편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높임으로써 대기업ㆍ 중소기업 모두 동반성장하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中企사업영역 보호장치강화..임원평가도 동반성장으로 = 정부는 오는 12월께 출범하는 민간 자율의 '동반성장위원회'라는 위원회를 통해 동반성장을 총괄, 지휘토록 할 방침이다. 아울러 정부가 이를 전 방위로 지원해 이명박 대통령 임기 내에 동반성장을 산업 생태계의 새로운 문화로 안착시킨다는 구상이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중소기업계가 요청(중앙회)하면 대기업과 민간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중소기업 적합 업종, 품목 등을 결정하고 중기청에서 이를 고시해 대기업이 자율로 결정하도록 했다. 다만, 대기업이 중소기업 적합 분야에 진출하거나, 이미 진출한 기업이 과도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경우, 사업조정제도를 적극 활용키로 했다. 민간의 자발적 운영이라고는 하지만 동반성장모델 보급, 이행점검과 기업별 동반성장지수 공표, 신상필벌(상위기업에 인센티브, 하위기업에 국책사업 참여 제한)등 강제성을 띠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정부도 소관부처에서 이행점검 시스템을 마련하고 매달 청와대, 부처, 전경련, 중앙회로 구성된 추진점검반을 가동하기로 했다. 정부는 다수 기업이 반복적으로 신고하거나 구조적 문제를 가진 불공정 사례 중심으로 직권 조사하고 불공정하도급 위반시에는 과징금 부과 한도를 (위반금액의 4배 → 5배) 확대하기로 했다. 대책에서는 또 동반성장 협약에 대기업의 임원을 평가할 경우 단가인하(CR) 보다는 동반성장 실적에 중점을 둔다는 CEO의 의지를 협약서에 명시하기로 했다.◆강제성 띤 사업이양 재산권 침해 우려 =전문가들은 이번 동반성장대책이 자칫 옥상옥 제도로 대기업에 과다한 강제성을, 중소기업에는 대책의 실효성에서 미흡하지 않느냐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갑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소기업 사업영역을 보호해주는 것은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와 유사하다"며 "유연하게 운영하면 큰 문제가 없지만 과거 감사원 등이 이 제도 때문에 되레 중소기업의 자생력이 약화된다고 지적한 사례 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민간연구원의 관계자는 "시장이 완전히 개방된 상태에서 대기업에 사업을 넘기라고 권하는 게 잘 이뤄질지 미지수"라며 "이익이 있거나 이익이 없어도 애착을 가진 사업을 정부나 또는 다른 제3자가 중소기업에 적합한 사업이니 팔라고 강요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가 될수도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로 중소기업연구원이 지난 2008년 대기업 50곳, 중소기업 209곳을 실제로 조사한 결과, 사업이양 경험을 갖고 있는 기업체가 기업이 대기업은 6개, 중소기업은 4개에 불과했다는 것이다.강호영 한국경제연구원 전문위원은 "도요타 자동차사태에서 보듯 부품업체에 문제가 있으면 완성차 업체도 치명타를 입어 기업활동 단위를 중소기업, 대기업으로 무 자르듯 나눌 수는 없다"며 "동반성장지수 역시 정부가 제도화해 만들기 보다는 기업들이 경영철학에 반영해 윈윈할 수 있는 건강한 산업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호영 전문위원은 조합의 '단가조정 협의 신청권'과 '패스트트랙(조정신청후 최단기간 중재로 해결)'과 관련, "거래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바람직한 수단은 시장"이라며 "중소기업 협동조합에 납품단가 조정신청권 을 주는 것이나 중소기업 적합 업종을 정하는 문제 모두 시장경제를 유지하는 틀 안에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 대기업의 임원은 "기업 경영의 핵심인 수익경영, 비용절감을 외면한 채 임원평가를 비용절감 대신 동반성장으로 평가하라는 것은 구두선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법,제도 경제단체서 이미 시행=정부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부터 상생관련 법적, 제도적 장치를 가동해왔다. 지경부, 중기청 등이 마련한 대중소기업 상생에 관한 법률에서 정부는 대기업,공공기관의 상생실적을 매년 평가하고 상생주간을 통해 상생우수기업에 세제혜택 등의 인센티브를 줬다. 2006년에 지정 해제된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중기청은 중앙회에서 신청을 받아 대기업으로부터 사업영역을 침해했다고 판단되면 일정기간(최대6년이내)사업 진출을 자제토록 조정명령을 내리는 사업조정제도를 운영중이다.중기청은 전자전기,건설, 기계,금속 부품 등 582개 업종, 품목에 대해 대기업 사업이양을 권고하고 있다. 정부(지경부,중기청)와 민간(전경련, 중기중앙회)등이 출연해 2004년 출범한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이사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상생주간을 운영하고 중기기술을 보호하는 기술임차제도운영 등 상생을 전담해왔다. 전경련은 중소기업협력센터를 중앙회도 상생협력팀 등을 두었다. 전경련과 중앙회는 이미 2008년에 납품단가 조정협의권을 포함한 상생이슈를 다룰 민간상생협력위원회를 설치키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사업조정제도나 사업이양권도 제도 모두 이를 어길 경우의 불이익이나 벌칙조항이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대중기재단도 전경련 등과 비슷한 사업을 벌이며 뚜렷한 실적을 보이지 못했고 전경련-중앙회 상생위도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높았다. 이경호 기자 gungho@박연미 기자 chang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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