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맹녕의 골프기행] '대통령 골프장' 필리핀 루이시타

로버트 트렌스 존스 주니어가 설계한 필리핀 루이시타골프장은 뛰어난 레이아웃을 자랑한다.

필리핀의 '대통령 골프장'을 다녀왔다.클라크 시내에서 자동차로 50분 걸리는 딸락시의 루이시타 골프장(Luisita Golf & Country Club)이다. 1968년에 문을 연 이 골프장은 필리핀에서 세 번째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가 설계해 골프다이제스트 선정 '세계 100대 골프장'에 이름을 오릴 정도로 뛰어난 레이아웃과 조경을 뽐내고 있다. 이 골프장은 원래 필리핀 전 여성 대통령인 코라손 아키노 집안이 소유한 골프장이다. 지금은 물론 일반인에게도 개방하고 있다. 일반 필리핀 골퍼들은 아직도 이 골프장을 '대통령 골프장'이라고 부른다. 18홀 규모로 파72에 전장은 7042야드다.

영어와 한글로 적힌 에티켓 안내문.

클럽하우스에서 체크인을 하고 1번홀을 향해 몇 발자국 걷다 보니, 영어와 한글로 된 '지켜야 할 규칙10가지'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내용을 읽어보니 '침을 뱉지 말라, 큰소리로 떠들지 말라, 음식을 싸오지 말라, 캐디에게 폭언을 하지 말라…' 등 유치하기 짝이 없는 내용들이다. 한글로 써있다는 점에서 한국 골퍼로서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계 골프장을 두루 다녀봤지만 매너 준수를 경고한 한글 간판은 처음이다.총지배인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이 골프장은 대통령 골프장이라 매너와 에티켓을 특히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이런 에티켓 안내판을 써놓았다"고 대답한다. 설명을 들으니 조금 화가 누그러졌다. "한국인 골퍼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겠지."명코스다 보니 대통령컵을 비롯해 필리핀의 크고, 작은 수많은 골프대회를 개최하는 곳이다. 코스 역시 대부분의 홀들이 아주 어렵고 정교한 샷을 요구하고 있다. 18홀 중 11개 홀이 워터 해저드와 연결돼 있어 10여개의 공을 수장시켜야 할 만큼 난이도가 높아 '물과의 전쟁'이라 할 정도다. 페어웨이는 넓지만 그린을 향해 갈수록 좁아진다. 그린은 딱딱해 스핀이 먹지 않는다. 17번홀(파3ㆍ160야드)은 특히 그린 앞까지 넓은 해저드가 자리 잡고 있어 정확하게 샷을 하지 않고는 온이 될 수 없고, 그린을 빗나가면 물이나 벙커가 기다리고 있다. 긴장감 속에 18홀을 돌고 나니 재도전하고 싶을 정도로 아쉬움이 남는 명코스였다.글ㆍ사진= 김맹녕(골프칼럼니스트)<ⓒ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골프팀 손은정 기자 ejso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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