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지난 15일 이 회장은 서울 한남동 삼성 영빈관인 승지원에 전경련 회장단을 초청, 만찬을 함께 했다. 지난 3월 경영일선에 복귀한 이 회장이 재계 총수들에 인사를 겸한 자리였다. 최근 조석래 효성 회장이 건강상 이유로 회장직을 물러나면서 회장단은 한 목소리로 이 회장에 차기 전경련 회장을 맡아 한국경제계를 대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회장은 회장단을 한번씩 돌아봤다. 그리고 소이부답(笑而不答)이었다. 삼성측은 '정중한 거절'이라고 해석했다.그러나 재계는 이 회장이 긍정도 부정도 아닌 '미소'를 지은 것은 한국재계 최고위층으로서 자신의 어깨에 지어진 '사회적 책무 이행'에 대한 운명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한 계열사(삼성전자)에서 분기에만 5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삼성의 수장이자 명실상부한 한국경제의 선봉장으로서 우리나라 경제인들의 목소리를 조율하고 대변하는 전경련 회장직을 매몰차게 거절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이 회장은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등 국가봉사차원 활동으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어 전경련 회장직까지 맡기는 부담스러운 현실이다.하지만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와 각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등 재계 현안이 산적해 있어 전경련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은 이 회장의 고민을 깊게 한 것으로 보인다.더욱이 최근 재계 총수들이 "그룹 경영에 충실하겠다"며 경제단체 수장자리를 비워놓으면서 '총수들의 보신(保身) 적 행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점은 이 회장의 마음을 더 무겁게 하고 있다. 재계 총수들이 전경련 회장직에 모두 손사래를 치고 있는 가운데 이미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직도 지난 5월 추대된 이희범 STX에너지ㆍ중공업 회장이 고사하면서 공백인 상태다. 이 회장은 만찬에 앞서 "오늘 와 주셔서 고맙다. 경영활동을 하지 않았던 기간에 여러분들이 전경련을 이끌어주셔서 감사하다"며 회장단을 격려하고 전경련에 대한 두터운 애정을 드러냈다. 전경련은 이 회장의 부친인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이 창립한 단체이기도 하다.전경련은 앞으로 기회를 봐가며 이 회장에게 다시 한번 회장직 수락을 건의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추고 있다.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차후 전경련 회장직을 맡을 지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최종적으로 고사를 하더라도 전경련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재계의 목소리를 조율하고 차기회장이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박성호 기자 vicman1203@<ⓒ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