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북아 3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 유럽연합(EU),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아세안(ASEAN)에 이어 세계 3,4대 경제권의 거대통합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문가들은 세 나라가 이미 경제적으로 매우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FTA의 파급효과도 큰 만큼 성공적 타결을 위해서는 농업, 서비스시장개방과 투자, 지식재산권 등에서 한국이 주도적으로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이명박 대통령과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 원자바오 중국 총리 등 한일중 3국 정상은 30일 발표한 공동언론발표문에서 3국간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거듭 확인하고 향후 10년간 이를 한단계 더 발전시키기 위한 새 비전을 제시했다. 세 나라는 우선 그동안 논의해온 3국 투자협정(BIT)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3국간 FTA에 대해서 산관학 공동연구를 오는 2012년까지 완료하기로 했다.
◆한중일 10년간 지지부진하다 탄력한중일 FTA 논의는 지난 1999년 3국 정상회의에서 성과사업으로 추진돼 답보상태를 보였다가 2002년 중국이 제안해 2003년 3국간 민간공동연구를 통해 FTA의 경제적 효과연구와 산업별 영향분석을 진행했다. 지난해 10월 정상회의에서는 민간공동연구(2003∼2009년)를 종료하고 산관학 공동연구로 실시키로 합의했으며 지난 1월 준비회의와 지난 6,7일 서울에서 1차회의와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세 나라가 지금까지 무역자유화에 나선 구체적인 시도는 한중, 한일 FTA정도에 불과하다. 2003년 시작된 한일 FTA는 대일 무역적자 가능성을 우려해 2004년 중단 이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한중 FTA는 2005년 민간 공동연구가 시작돼 2008년 산관학 5차연구까지 마친 상태. 하지만 농업부문의 타격과 중국산 공산품의 대거 국내 유입에 대한 우려로 이 역시 발빠른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한중일이 FTA를 체결해 사실상의 경제통합을 이룰 경우 세계 경제권역에서 막강한 파워로 등장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가 2008년에 발표한 '한중일 3국 FTA비교분석과 동북아 역내국간 FTA추진방안'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ㆍ중국ㆍ일본의 경제규모는 2007년 현재 약 8조6266억 달러로서 전 세계 GDP의 15.9%를 차지하고, 교역규모는 4조2358억 달러를 기록, 전 세계 총교역의 15.1%를 차지한다. 한중일 경제적비중은 NAFTA(29.5%)나 EU(30.8%)의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전 세계 총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증가해 NAFTA(16.2%, 4조5569억 달러)의 수치에 육박했다. 2007년 현재 동북아 3국과 ASEAN을 포괄하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2%이지만, 세계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9%로서 NAFTA(16.2%)를 초과했다. ◆GDP 1∼5% 증가 韓 최대수혜KIEP는 또 다른 보고서를 통해 한중일 FTA추진은 3국 모두에 많은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했다. 3국 FTA로 인한 GDP 효과는 한국ㆍ중국ㆍ일본에 각각 5.14%, 1.54%, 1.21%로 예상됐다. 한중일 FTA의 한국경제에 대한 거시경제적 파급효과는 한중과 한일 FTA의 파급효과를 합친 것보다 다소 높은 것으로 파악했다. KIEP는 "한일중 FTA를 추진하는 경우 긍정적인 거시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향후 협상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경우 품목별 포괄범위와 양허카테고리 등 세부협상 결과에 따라 국별 파급효과가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3국간 무역구조를 보면 농업비중은 한국(1.3%)이 중국(1.8%)ㆍ일본(2.0%)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광업비중은 한국(12.2%)ㆍ일본(12.9%)이 중국(6.8%)보다 높아 해외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제조업부문의 무역비중은 일본(81.6%)이 한국(86.4%) 및 중국(91.1%)보다 낮았다. 3국의 관세율 구조를 비교해보면, 한국 농축수산업의 관세율이 중국ㆍ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으며, 노동집약적인 식음료ㆍ담배, 섬유, 가죽, 고무제품의 관세율도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중국의 관세율 구조를 살펴보면, 쌀 이외에는 농축수산업의 관세율이 그다지 높지 않다. 제조업부문 중에서는 노동집약적인 부문 외에도 수송기계, 비금속광물 부문의 관세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일본의 경우에는 예상외로 농축수산업 부문의 관세율이 한국ㆍ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으며, 일부 부문을 제외하면 대부분 제조업부문의 관세율이 거의 무세율 수준인 것이 특징이다.종합해보면 한국과 일본의 농업, 중국의 첨단제조업과 서비스등 각국이 민감한 취약부문이 있기 때문에 국내산업 구조조정의 부담이 상당히 크게 작용된다. 3국간에는 과거사 문제, 역사왜곡 문제, 중ㆍ일간의 주도권 다툼 등 다양한 정치경제적 갈등요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3국간 FTA 추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조성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韓日 농업 민감 中 첨단제조,서비스...韓 조정자 역할 나서야이에 대해 최낙균 KIEP 선임연구위원은 "3국의 산학연구가 산관학연구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통상적인 산학연구에서 다뤄지는 경제적 실익에 대한 분석과 아울러 정치ㆍ사회ㆍ군사ㆍ외교 등 여러 분야에서의 학제적인(interdisciplinary) 연구가 추가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면서 "3국 FTA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사전 단계로서 한ㆍ중ㆍ일 투자협정의 우선 추진으로 동북아 경제통합의 실체적 이익에 대한 상호인식을 확대함으로써 FTA 추진의 지지기반을 확보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중일 FTA의 실현을 위한 합의를 도출하는데 있어서 한국의 역할은 필수적"이라며 "중일 간의 정치적 경쟁관계 속에서 조정 및 합의를 도출하는 역할은 한국의 몫이고, 3국간의 경제적 이해관계의 대립을 조정해 포괄적이고 자유화 수준이 높은 FTA로의 합의를 도출하는 것도 한국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송 연구위원은 "일본과 농업의 민감성이 일부 반영된 개방 수준이 높은 포괄적 FTA 표준안을 도출해 중국과의 합의를 견인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면서 "아울러 3국 FTA에 따른 충격에 대비해 농업및 중소기업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개혁 및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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