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기업, M&A 릴레이 시작됐다

[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자본력을 갖춘 미국 IT 대기업들이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내고 있다. M&A를 통해 현재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IT 업계 트렌드에 적응하겠다는 전략이다. 블룸버그의 집계에 따르면 2분기가 시작된 지난 4월1일부터 현재까지 미국 기업들은 기술 부문 기업들을 인수하는데 총 116억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분기 전체의 105억달러를 이미 넘어선 것으로 IT 기업들의 M&A에 속도가 붙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경기회복과 더불어 미국 기술부문의 M&A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위기의 영향을 크게 받았던 작년의 경우 전체 기술부문 M&A 규모는 623억달러로 2007년 대비 61% 적었다 . M&A 건수도 2007년 1885건에서 1323건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AVAGF(Aston/Veredus Aggressive Growth Fund)의 찰스 머서 매니저는 그러나 "올해 기술 부문 M&A가 2006, 2007년 수준으로 회복할 것 같다"며 "규제도 약해졌고 금융권도 기업인수 비용 대출에 협조적"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이 대출에 적극적인 것은 기술 부문 기업들의 실적 개선과 관련이 깊다. 1분기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기술부문 기업들의 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66.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 보유 규모는 총 1457억달러로 2006년말 대비 36% 불어났다. 24일(현지시간) IBM이 AT&T로부터 소프트웨어 기업 스털링 커머스(SC)를 14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이같은 분위기를 전했다. IBM은 SC 인수를 통해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BM의 샘 팔미사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오는 2015년까지 200억달러를 인수합병을 하는데 쏟아 부을 것"이라며 M&A에 대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휴렛팩커드(HP) 등에 비해 M&A에 소극적이었던 IBM이 신기술 부문에서 대형 M&A를 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본력이 탄탄한 HP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HP의 현금보유 규모는 141억달러로 IBM(125억달러)을 넘어선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S&P500 기술 섹터 기업들 가운데 가장 인수합병에 적극적이었던 기업은 HP, M&A규모는 192억달러에 달했다. HP는 지난 달 스마트폰의 '원조'로 불리는 제조업체 팜을 12억달러에 인수했다. 이를 계기로 고전 중인 스마트폰 및 모바일 사업을 보강한다는 계획이다. IT업체들의 M&A 양상에 변화가 생겼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금융위기 동안에는 불황을 덜 타는 헬스케어나 교육 및 공공서비스 관련 IT 기업으로 M&A가 집중됐다면 이제는 이동통신과 같은 부문에서 M&A가 활발하다는 것. 투자은행 헤리스 윌리엄스의 제프 비스트롱 매니징 디렉터는 "최근 매수 기업들은 빠른 기술 변화를 체험할 수 있는 분야에 관심을 많이 기울인다"고 말했다. 최근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 SAP가 데이터베이스 제조업체 사이베이스를 58억달러에 인수한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SAP는 사이버베이스 인수를 통해 기업용 프로그램을 휴대폰에서도 구동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게 됐다. 강미현 기자 grob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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