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수익에만 집착··비난인수 발표 이후 각종 구설수주주 노조 고객 등에 눈치[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인수 대상 기업 후보군에 우리 이름이 오르내리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 주십시오."중견 대기업 A사 회장이 최근 사장단 회의에서 던진 주문이다. 인수를 차분히 진행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관심도 갖지 않을 테니 아예 구설수를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A사 관계자는 "대우건설 등 기업 인수를 추진했다가 주주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은 기업을 보고 그런 것 같다"면서 "영원히 그렇지는 않겠지만 당분간 국내기업 인수를 생각하지 않다는 것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기업가들이 국내시장에서 눈을 돌리고 있다. 신사업 추진을 위한 투자 차원에서 인수ㆍ합병(M&A)이 중요한 전략으로 떠올랐지만 이를 실행하기에는 부딪쳐야 할 벽이 너무나 많다.특히 요즘 오너와 CEO들은 너무나 많은 이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 주주, 경영진, 노조에 이어 사회단체, 고객들로부터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받고 있다. 많은 이들의 눈에 신경을 쓰다보니 경영자 스스로 소신있게 공격 경영을 펼칠 수 없다는 게 기업가들의 푸념이다.A사 관계자는 "CEO에 올랐으면 소신있는 경영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줘야 할텐데 순익, 배당금 등 단기적 성과에만 집착해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곧바로 비난을 가한다"면서 "회장께서도 워낙 출처 불명의 악소문과 회사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에 질려서 아예 사업을 구상도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CEO들은 하이닉스반도체, 대우건설 인수전을 바라보면서 함부로 얼굴을 내밀었다간 얼마나 큰 상처를 받는지를 실감했다고 한다. 효성, STX, 동국제강 등이 "관심이 있고 스터디한다"는 수준의 내용을 밝힌 후 주가 급락, 노조의 반발, 전문가들로부터 부정적인 전망 등 마녀사냥에 가까운 비난을 받아야 했던게 사실이다. 인수 반대의 주된 이유는 인수하는 기업의 덩치가 작고, 해당사업을 해 본 경험이 없으니 안 된다는 것이다.B사 관계자는 "더욱 당황스러운 것은 인수에 관심이 있다고 할 때 비난을 가한 이들이 인수를 포기하고 나니 "그럴줄 알았다"며 또 다시 기업을 헐뜯는다는 것"이라면서 "인수 대상 기업이 워낙 큰 기업이다 보니 우려의 시각을 보내는 것이 당연하지만 기업 경영은 업종에 대한 전문성 못지않게 기업가의 경영능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이런 점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이러다보니 국내에서는 관리 수준으로 경영을 유지하고, 신사업은 해외에서 진행하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C사 고위 관계자는 "올해에도 해외기업 인수를 추진할 것이며, 국내기업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면서 "그동안 수건의 인수를 시도해 성공도 거뒀지만 워낙 변수가 많고 복잡하다보니 국내기업보다는 차라리 해외기업을 인수하는 게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부 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