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냥꾼'으로 전락한 국내 1호 벤처캐피털

해외자본 사채업자ㆍ주가조작 세력 연계 '주가조작'계열사 자산 807억 횡령ㆍLBO 방식 빙자 무자본 기업 인수檢, 서갑수ㆍ서일우 부자 등 14명 기소ㆍ3명 지명수배[아시아경제 이승국 기자] 기술력 있는 기업을 육성해야 할 국내 1호 벤처캐피털회사가 무일푼으로 기업을 인수해 회사 자금으로 대금을 갚고, 주가를 조작하는 등 '기업사냥꾼' 역할을 하다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유상범)는 23일 업체를 인수한 뒤 해외자본을 가장한 사채업자 및 주가조작 세력들과 공모해 계열사 주가를 조작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등으로 서일우 전 한국기술투자(KTIC)홀딩스 대표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서 전 대표의 부친인 서갑수 전KTIC 회장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하는 등 총 14명을 기소하고, 3명을 지명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서 전 대표는 지난 2008년 3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외국계 헤지펀드인 퍼시픽얼라이언스에셋매니지먼트 등 이른바 작전세력과 공모, 고가매수ㆍ통정매매 등의 수법으로 이 회사 주식을 조종해 35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서 전 대표는 KTIC 및 계열사 자금 168억원을 주가조작과 서 전 회장의 개인세금ㆍ개인대출금 등에 사용하고, 주가조작 세력의 원금보장을 위해 542억원을 보증채무부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밖에도 서 전 대표는 지난해 초 사채업자 등에게 100억원을 빌려 S상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이 회사 주식 1950만주(시가 110억원 상당)를 사채업자에게 담보로 제공하고, 경영권을 확보한 후 회사자금 170억원으로 인수자금 등을 갚은 혐의도 받고 있다.　선 전 회장은 이 과정에서 서 전 대표의 불법행위를 알고도 묵인해 한국기술투자 측에 300여억원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 조사 결과 서 전 대표는 경영상황이 악화되자 증권회사 설립을 통해 경영을 정상화시키고자 했지만 실패하자 주가하락을 막기 위해 작전세력들과 짜고 주식을 서로 사고팔아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KTIC 홀딩스의 자회사로 자산규모가 2200억원 규모인 KTIC는 1986년에 설립돼 1995년 서 전 회장에게 인수됐다.　또한 2000년대 벤처 붐이 일었을 당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한 벤처캐피털 중 하나다.　검찰 관계자는 "총 807억을 횡령해 현재 612억원이 회수되지 못했으며, 실제 배임액은 98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건전한 벤처기업 육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벤처캐피털회사가 모럴헤저드에 빠져 사채업자ㆍ작전세력 등과 결탁해 주가를 조작하는 등 '기업사냥꾼'으로 전락한 사건"이라며 "그룹 내 계열사 자금을 사실상 개인금고처럼 사용했다"고 덧붙였다.이승국 기자 inkle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