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앵무새 쇼퍼홀릭'

[아시아경제 정선영 기자]"공주님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문을 열어주지 않겠음"어떤 여자 고객이 택배담당자에게 남긴 말이라고 한다. 웃음을 유발하는 말들이 많지만 기자가 보통 배송담당자에게 남기는 말은 대부분 이런식이다. "앵무새가 굶고 있어요. 빨리 배송해 주세요!"모이를 제때 제때 준비하지 못한 탓에 가끔 이런 위기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다. 급할 때는 그저 전기밥솥에 밥이라도 지어 먹이고 싶다. 쫄쫄 굶고 있는 자식을 보는 기분이랄까.그런데 꼭 이럴 때만 앵무새 관련 쇼핑을 하는 것은 아니다. 장난감, 목욕용품, 영양제 등등. 앵무새도 필요한 게 많다. '지름신'이 내리는 것은 예삿일이 돼 버렸다. 앵무새 쇼핑몰을 함께 구경해보자.
말가르치기 용품앵무새만의 특별한 쇼핑품목이 있다면 바로 '말가르치기'기계다. 녹음 기능만 장착된 조그만 기계인데 앵무새가 갖고 놀게끔 만들어졌다. 약 10초간 녹음을 할 수 있다. 새장에 달아놓으면 앵무새가 건드릴때마다 같은 말이 반복돼 말을 가르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한다. 문제가 하나 있긴 하다. 말을 가르쳐도 못하는 앵무새도 있다. 이것 하나 달아줘놓고 말하라고 아이를 윽박지르면 안된다. 쇼핑몰 주인도 써놨다. "말을 가르쳐도 못하는 새도 있습니다. 소리나는 장난감 달아준다는 기분이면 괜찮을 것"이라고.
알통 카메라앵무새를 키우는 주인으로서 번식은 큰 기쁨을 준다. 새가 알을 낳았는지, 새끼새가 태어났는지 궁금한 것은 당연지사. 그렇다고 알통을 털어볼 수도 없고. 매번 귀만 기울여보거나 언뜻 보이는 하얀 알을 보고 짐작만 할 뿐. 자칫 눈치없이 자꾸 들여다 보다가는 예민해진 부모새에게 괜히 구박만 받기 일쑤다. 이런 속터지는 심정을 한번에 해결해주는 용품이다. 알통 안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 새들의 부화과정을 관찰할 수 있다. 그런데 역시. 앵무새 용품 치고는 조금 비싸다. 뭐 비싸다고 생각되면 하는 수 없다. 그냥 답답해 하거나 거울을 달아서 보는 수 밖에.
밀렛조 이삭이 붙은 채로 잘라 파는 보조 간식 쯤 되겠다. 새들이 조를 워낙 좋아하는데다 이삭의 모양도 그대로 갖추고 있어 자연주의 식품으로 추천할 만하다. 시중 쇼핑몰에서는 주로 해외에서 수입된 밀렛을 판매하고 있다. 국내산을 먹이고픈 생각도 간절하지만 아직 저 모양 그대로 구입할 수 있는 곳은 못찾았다. 다른 새는 어떨지 모르지만 우리집 새들은 밀렛 하나 달아놓으면 하루종일 갖고 놀면서 잘 먹는다. 너무 굶겼나.
앵무새를 아낀다면 부지런해 질 수 밖에 없다. 영양이 부족하지 않도록 각종 곡식들을 섞어 먹이는 것은 물론 장난감도 열심히 만들어 줘야 한다. 게으른 주인이라면 돈이 든다. 모이부터 시작해서 각종 용품을 사들이는 수 밖에 없다. 기자는 후자를 택했다. 그래서 마음의 짐을 덜고자 새로 산 용품이나 간식을 줄 때마다 새들에게 생색을 낸다. "언니가 열심히 벌어서 너희에게 이런 것도 사주고 하는 거야. 고맙지?"라고. ※새 용품 사진은 와우버드 제공. 정선영 기자 sigum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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