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나라 인기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우리나라 음식을 미국에 알리기 위해 뉴욕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방송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무한도전 방송팀은 그 후 미국 주요 일간지인 뉴욕타임스에 비빔밥 전면광고를 내기도 했다. 비록 비빔밥, 불고기, 김치 등이 예전보다 많이 알려졌으나 아직 우리나라 음식에 대해 잘 모르는 미국인들이 많은 것은 방송에서 보여주었듯 사실이다. 최근 몇년간 아시아에 한류를 타고 불처럼 번진 한국 음식의 인기가 증명하듯 우리나라 음식은 분명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인들의 입을 즐겁게 해줄 저력이 있다. 그러나 문화가 판이하게 다른 서양권에서 우리나라 음식을 알리기 위해 아직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과연 일본 대표 음식인 초밥(스시)은 어떻게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대접 받는 고급 브랜드 음식이 되었을까? 이웃나라인 우리나라에서는 생선회나 생선 초밥이 무척 친숙한 음식이지만 초밥을 처음 접한 서양인들에게 이는 상당히 황당무계한 음식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미국 사람들을 포함한 많은 서양인들은 어떤 음식이든 익혀 먹는 습관이 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에게 날 생선을 먹는 일은 상상초월의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적 한계를 극복하고 스시 레스토랑은 이제 미국 어디에서든 찾을 수 있는 하나의 외식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프랑스, 이탈리아 레스토랑은 없어도 동네마다 일식집은 찾기 어렵지 않고 어느 대형 슈퍼마켓에 가도 잘 포장된 초밥을 진열한 초밥 코너가 있다. 과연 어떻게 밥 위에 놓인 날 생선이 수많은 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을까? 초밥이 이토록 미국에서 환영 받는 요리가 되기까지 많은 일식 요리사들의 도전이 있었고, 그들의 창의적인 도전 덕분에 초밥은 오늘날 글로벌 외식 브랜드 '스시'로 재탄생 했다.스시의 성공 스토리에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바로 캘리포니아 롤의 발명이다. 뉴욕 스테이크, 버팔로 윙, 시카고 피자 등 미국에도 각 지역에서 유래한 지방 특색 요리가 있는데 캘리포니아 롤도 그 중 하나다. 현재 내가 살고 있기도 한 캘리포니아는 미국 가장 서쪽에 있는 주로 동양인을 비롯한 세계 각지 다양한 인종과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초밥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인 캘리포니아 롤의 탄생은 바로 이곳 캘리포니아 LA에서 이뤄졌다. 일본인들의 미국 이민은 동양 국가들 중에서도 빠른편인 1850년대부터 시작됐는데 스시가 미국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건 100년도 지난 1970년대다. 1970년대 일본의 경제 호황 속에 많은 일본 외식업들이 미국 동부와 서부에 진출했다. 그러나 앞에서 말했듯 서양인들에게 날 생선을 먹는 것은 굉장히 모험이었다. 더군다나 대서양을 마주하고 있는 동부와 달리 서부에는 일본 생선 초밥의 '꽃'이라 불리는 참치 초밥의 재료인 싱싱한 참치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문화적 차이와 식재료 부족이라는 두가지 난점을 한번에 해결한 것은 1960년대 중반 LA의 일식집 요리사였던 이치로 마시타의 기발한 사고의 전환이었다.
싱싱한 참치를 찾던 이치로는 열대 과일 중 하나인 아보카도가 기름기 많은 참치 뱃살을 대체할 정도로 풍부한 지방과 부드러운 식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가 시험 삼아 참치를 대신해 아보카도로 만든 스시는 캘리포니아 롤의 시초가 되었고 날 생선을 먹기 꺼려하는 미국인들도 먹을 수 있는 미국식 초밥이 발명된 것이다. 이후 크림치즈 등을 넣어 더욱 서양인 입맛에 맞춘 캘리포니아 롤은 진화를 거듭해 현재 그 변종만도 수십 가지가 넘는다. 다이너마이트 롤, 레인보우 롤, 크런치 롤 등이 그 예인데 캘리포니아 롤의 기본 틀에 재료만 바꾸어 다채로운 맛을 낼 수 있으니 캘리포니아 롤은 그야말로 실용성 높은 발명품이라 할 수 있다. 일식 요리사들의 참신한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이라는 식재료가 생소한 미국인들에게 칙칙한 검정색 김으로 말은 롤은 그다지 매력적이 음식이 아니었다. 그래서 고안해 낸 것이 김으로 말고 다시 밥을 그 위에 덮어 마는 '누드 김밥'이다. 그 위에 각양각색의 재료들을 얹어 캘리포니아 롤은 이제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보기도 좋고 맛도 좋은 요리로 탈바꿈했다. 캘리포니아 롤의 인기와 더불어 스시가 다른 미국 음식보다 몸에 좋은 웰빙 음식이라는 소문과 또한 일본인 특유의 청결함이 많은 미국인들을 일식집으로 오도록 만들었다. 많은 사람이 일식집을 찾으며 자연스럽게 캘리포니아 롤 뿐 아니라 다른 일본 요리도 널리 알려지게 됐다. 그 대표적인 것이 달짝지근한 소스가 일품인 테리야키 치킨이다. 그리고 아보카도 롤 뿐 아니라 날생선을 쓴 진짜 생선 초밥의 맛에도 미국인들은 점점 익숙해져 갔다. 이처럼 한 요리사의 창의적인 도전이 현재 미국 전역 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사랑받는 글로벌 외식 브랜드 '스시'를 이뤄냈다. 현재 미국에 있는 일식집의 절반을 한인들이 운영하고 있다. 분명 우리나라가 워낙 일식과 친숙해 경영하기도 쉽고 일식집이 장사가 잘 되는 것도 사실이나 이는 좀 자존심 상하는 일일 수도 있다. 일식 주방장이 그러했듯 그 고유의 맛을 지키면서도 미국인들의 입맛을 맞출 수 있는 우리 음식을 개발해 미국 전역의 한인들이 자랑스럽게 한국 요리 전문점들을 운영할 수 있길 바란다. 그런 날이 올 때까지 우리 한식업계는 도전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글= 강기석정리= 박종서 기자 jspark@asiae.co.kr◇ 강기석 씨는 현재 미국 UC버클리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다. 6년 전 미국으로 유학 간 기석 씨는 고등학교 2,3학년을 미국에서 마치고 대학에 입학했다. 1년 간 중국 북경대로 교환학생을 다녀오기도 했다. 사진에 관심이 많아 학생 신문사에서 사진 기자로 일하고 있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온라인뉴스부 박종서 기자 jspark@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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