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승훈 기자] '루머'지음 캐스 선스타인/ 옮김 이기동/ 펴냄 프리뷰/ 가격 1만 1000원 루머는 '루머'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거짓 루머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이 적잖다. 하지만 피해를 입고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은 부족하다. 하지만 거짓 루머 때문에 정치에서도 낙마하고, 기업도 망하게 되며, 사람들의 명예도 훼손하는 '루머'는 무서운 존재다.'루머'라는 책은 다소 딱딱한 느낌이다. 하지만 진실과 거짓 속에서 '루머'의 실체를 알아본다면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도 있다.이 책의 저자 캐스 선스타인은 루머의 배후, 메커니즘을 밝히는데 주력한다. 거짓 루머들이 어떻게 번식하고, 전파되며, 자리잡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루머를 퍼뜨리려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러한 메커니즘에 대해 직관적으로 통달하고 있다. 따라서 거짓 루머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면 이러한 메커니즘을 제대로 알아야만 한다. 루머는 '사회적 폭포효과'와 '집단 극단화'라는 두 가지 경로를 통해 전파된다. 폭포효과는 우리가 판단을 내릴 때 타인의 생각과 행동에 의존하려는 경향을 보이면서 일어나고, 집단 극단화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토론을 하면 거짓 루머에 대한 믿음이 더 극단화된다는 이론이다. 많은 사람들은 두려움이나 희망 때문에 거짓 루머를 받아들인다. 루머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두려움을 부추기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두려움을 덜어 주기 때문에 하나의 루머를 놓고도 사람들이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루머들은 음모이론을 전파한다. 이 책에는 여러 사례들을 소개해서 이해하기 쉽게 했다. 'CIA가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에 책임이 있다''에이즈 바이러스는 의사들이 고의적으로 유포했다''1996년에 일어난 TWA 800편의 추락은 미군이 발사한 미사일 때문이다''지구온난화는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조작된 사기극이다''세계경제의 중요한 움직임을 조종하는 배후에는 프리메이슨의 삼변회(Trilateral Commission)가 있다''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는 미국 연방기구 요원의 손에 암살당했다''인간의 달 착륙 사진은 연출된 것이며, 실제로 달 착륙은 성사된 적이 없다''여러 건의 대통령 암살 사건과 아시아금융위기의 배후에는 로스차일드를 비롯한 유대인 금융업자들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등이다.저자는 파괴적인 거짓 루머를 유포하는 자들의 활동을 억제시키기 위해 '위축효과(chilling effect)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위축효과가 기능을 발휘해야 사람들이 무시당하지 않고, 함부로 취급당하지 않고, 평판에 부당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지켜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민주주의 자체가 제대로 기능하도록 지켜 준다는 것이다.거짓 루머를 위축시킬 수 있는 제도적 문화적 장치와 표현의 자유 사이에 황금의 균형을 어떻게 찾아갈지는 우리에게 던져진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낡은 방식인 검열제는 검토대상에서 제외한다 하더라도 사법부가 나서서 명예훼손죄를 이용해 사람들을 거짓 루머로부터 합법적으로 보호해 줄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가 법률보다 더 관심을 두는 것은 문화와 의식을 바꾸자는 것이다. 정보의 유포 메커니즘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를 높여 줌으로써 소위 '편향오류 제거(debiasing)'의 가능성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거짓 루머가 개인의 삶이나 크고 작은 조직에 상처를 입히고,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강승훈 기자 tarophine@asiae.co.kr<ⓒ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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