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감자 폭탄 주의하세요'

증자했다 손실 늘면 감자로 자본잠식 해소 '악순환'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연말 결산일을 앞두고 감자(減資)를 결의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대부분 적자 누적 등으로 자본잠식에 빠졌거나 빠질 위기에 처한 기업들이다. 문제는 이들 기업이 최근 몇년새 수차례 증자로 투자자들의 돈을 끌어모았다는 점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업의 장밋빛 청사진을 믿고 투자했다 보유주식이 1/10, 1/20 토막 나게 생긴 것. 자연스레 주가까지 폭락, 투자자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5일부터 지난 4일까지 한달간 증시에서 감자를 결의한 상장사는 제이에이치코오스부터 인네트까지 6개사였다. 이중 4개사가 지난달 23일 이후 10여일 사이에 감자를 결정했다. 한달 전인 10월5일부터 11월4일까지 감자결정 상장사는 한와이어리스와 한신디앤피 두 곳이었다. ◆ 증자로 자본조달도 누적 손실엔 한계, 결국 감자지난 4일 장 종료 후 해외자원개발 테마주 인네트는 80% 감자를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인네트는 인도네시아 자원개발에 이어 해외자원개발의 선발주자 헬리아텍 인수로 주목을 받은 기업이었다. 하지만 매년 지속된 누적적자에 두손을 들었다. 인네트는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 63억원, 경상손실 80억원을 기록했다. 그동안 수차례 증자로 인한 자본잉여금 622억원 덕에 자본금 257억원에 자본총계 456억원으로 아직 자본잠식을 당하진 않았지만 최근 적자행진을 감안할때 연말 자본잠식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2007년말 80억원, 2008년말 141억원이었던 자본금이 그동안 증자로 257억원까지 늘어난 점도 부담이다. 감자 발표 후 열린 7일 장에서 인네트는 바로 하한가로 직행했다. 전날보다 145원(14.57%) 떨어진 850원으로 밀린채 거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거래량은 전날 68만9000여주에서 2만7000여주로 급감했다. 하한가 잔량만 90만주 이상 쌓인 채였다.지난달 25일, 20대1 감자를 결의한 케드콤은 3분기말 기준으로 이미 일부 자본잠식이 된 상태다. 자본금 600억원에 자본총계는 341억원에 불과하다. 3분기 누적 매출 42억원에 영업손실 127억원, 경상손실 191억원을 기록 중이어서 5년 연속 100억원 이상 적자가 확실시된다. 지난해 순손실은 391억원이었다. 더구나 케드콤은 지난 7월 5184만주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실시, 259억여원을 모았다. 설상가상으로 전 경영진이 이 증자대금 중 160억원을 무단 인출한 횡령혐의까지 발생했다. 이 사건은 지난 1일자로 서울지검에 고소장이 접수된 상태다. ◆ 한번 감자한 기업이 또 감자 '악순환'1일 장 종료 후 15대1 감자를 결정한 사이노젠도 3분기 말 기준으로 일부 자본잠식이 된 상태다. 자본금 213억원에 자본총계는 169억원에 불과하다. 2006년 11월 이후 무려 10차례의 증자와 수차례의 신주인수권 및 전환권 행사를 통해 자본금을 확충했지만 매년 수백억원대 적자로 결국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자본잉여금이 1146억원이나 됐지만 결손금이 1228억원이나 됐기 때문. 올 3분기까지 실적도 매출 약 9억원에 영업손실 40억원, 경상손실 330억원으로 매출규모에 비해 적자규모가 수십배나 되는 기형적 구조다. 사이노젠이 그나마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2006년 8월과 2008년 1월 두차례에 걸쳐 대규모 감자를 실시한 덕이다. 감자 발표를 전후해 주가도 폭락세로 돌아섰다. 감자 발표 직전인 1일 9.80% 하락한데 이어 2~3일 연속 하한가로 밀렸으며 4일에도 11.76%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지난달 30일 255원이던 주가는 4일 150원까지 떨어졌다. 이 와중에 주주명부 폐쇄결과 최대주주조차 2.61% 가진 개인으로 변경된 사실까지 확인됐다.지난달 23일 3대1 감자를 결의한 초록뱀미디어도 감자 전력이 있는 기업이다. 2005년 12월 무려 1444만주를 결손보전을 위해 무상감자했다. 이후 3차례에 걸친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1차례, 신주인수권부사채 3차례를 발행으로 387억여원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매년 계속된 누적적자로 자본금 363억원에 자본총계 137억원으로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었다. 자본잉여금을 94억원 쌓았지만 결손금이 359억원을 넘었기 때문이다. 초록뱀은 이 때문에 지난 9월29일 감자를 결의했지만 주주총회에서 부결된 후 다시 감자를 재결의해야만 했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증권부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