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정부의 온실가스감축목표가 확정된 가운데 후속 대책인 탄소세 도입에 대한 논란도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2020년까지 배출전망치대비 30%감축을 목표로한 온실가스감축목표계획을 확정했다. 정부는 녹색성장을 위한 재원마련을 위해서는 탄소세나 배출권거래제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녹색성장기본법에서 중장기적으로 소득세 중심의 세제를 탄소세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탄소세 도입 시기·방법 등에 대해서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 국책연 탄소세 도입 필요...산업계 부담커진다 우려조세연구원측도 "조세측면에서 녹색성장 재원을 마련하는 효율적 방안은 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 사용량에 따라 세금을 물리는 탄소세 도입"이라면서 "환경세 부과를 이유로 소득세, 법인세를 추가로 인하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산업연구원(KIET)도 "온실가스 배출의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가장 명쾌한 정책은 시장에서 탄소가격을 활용한 정책(탄소세나 탄소배출권 거래제)이므로 적절한 탄소가격 시나리오에 관한 다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산업계는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전체 고용의 47%, 수출의 72%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중국 등 경쟁국과 개도국 대비 높은 감축목표와 탄소세 등 도입은 기업경쟁력을 후퇴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도 최근 한 강연을 통해 최 장관은 "탄소세 도입 주장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환경적 요인만 생각해선 곤란하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히면서 "철강이나 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에서 중국이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감축을 안 하고 우리만 하면 일종의 세금신설 효과가 나타나 공장 해외 이전사태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KIET도 탄소세 세율과 관련 "기후변화의 사회경제적 영향이 매우 불확실함에 따라 탄소가격에 관한 추정 결과도 편차가 매우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탄소의 사회적 비용에 관한 추정치를 종합 분석한 연구는 탄소 1t당 25 ~ 50달러(할인율 3%, 1995년 가격)가 적정하다고 제시하고 있으나,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정책활용의 유용성이 의문시된다"고 했다.현재 탄소배출권 시장이 제한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EU에서는 탄소 1t 당 78달러(2009년 1월 기준)에 거래되고 있고 미국 일부 에너지기업에서는 투자결정 시 1t당 15달러를 적용하고 있어 이론적으로 도출한 가격의 범주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KIET는 "획기적인 효과가 기대되는 탄소저감 기술의 기술적·경제적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하여 기초과학 및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리면서 연구성과의 평가 및 관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자발적 에너지효율 향상, 화석연료에 대한 지원 폐지 등 정책효과가 확실하여 후회 없는 선택(no regrets option)이 가능한 정책부터 우선순위를 정하고 시행하여 불확실성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국 일본 대만도 탄소세 도입검토.. 반대론 비등해져 중국 일본 대만 등 우리의 경쟁국에서도 탄소세도입 논의가 제기되고 있으나 반대목소리도 비등해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신화통신계열 징지찬카오바오(經濟參考報, 국무원 산하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에너지연구소 등이 도입을 주도 하고 있다. 징지찬카오바오연구소는 "탄소세를 부과할 주요 대상으로 석탄의 최대 수요처인 화력발전소를 꼽았으며 대신 개인 수요는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에너지연구소측은 "중국 내부에서도 정부가 세금 부과를 통해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면서도 "다만 경제발전이 우선돼야 하는 만큼 탄소세 부과시점을 조정할 수 있을 것이며 2013년 정부의 자원세 도입 이후가 적절한 시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탄소세 부과액은 배출 이산화탄소 1t당 10위안(약 1750원)이 적정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탄소세 수입을 중앙정부에 70%, 지방정부에 30% 비율로 배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일본은 이르면 내년에 휘발유에 대한 잠정세율 폐지와 연계해 환경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본은 2020년까지 1990년대비 온실가스를 25%감축하는 정부 목표가 제시된 상태다. 일본은 환경성(우리의 환경부)이 주도해 원유, 석유제품, 천연가스, LPG, 석탄, 휘발유 등에 유통업자와 수입업자를 대상으로 리터당 휘발류 잠정세율(t당 55.84엔)과 비슷한 t당 50.84엔의 환경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세제조사회가 지난 18일 개최한 회의에서 환경성의 환경세 도입안에 대해 일본 경제산업성(우리의 지식경제부) 마시코 차관은 "아직 경기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 4월에 2조엔 규모의 환경세를 도입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신당 시모지 정부조사회장도 "잠정세율 폐지와 동시에 신세제로 환경세를 도입하는 경우 국민의 신정부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게 된다"고 비판했다. 재무성 미네자키 차관은 "환경세의 과세기준을 어떻게 책정할 지 등 깊이 논의해야할 과제가 남았다"고 언급했다. 일본 석유연맹 덴보 회장은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환경성의 환경세에 대해 졸속적인 도입에는 반대하며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환경세가 신설되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일본에서는 환경세가 도입되면 가구당 연 1100엔 이상 추가 부담을 예상하고 있다. 대만 정부도 2011년부터 석유와 가스 등 화석연료를 대상으로 이른바 '에너지· 탄소세' 부과를 추진 중이다. 대만 산업계도 이에 대해 기업 활동과 민생에 더 큰 부담을 안겨줄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정부 내에서도 도입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청정에너지 사용확대와 에너지효율향상, 탄소배출권거래제 등을 담은 녹색성장전략을 잇달아 마련하고 있다. 미국과 EU는 온실가스감축과 관련된 일정 기준 이하의 제품이 수입될 경우 이에 대해 세금을 물리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은 이를 국경세(border tax)로, 프랑스는 탄소세(carbon tax)로 부과키로 했다. 한편, 지난 9월 열린 그린코리아 2009 행사에서 아마노 마리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차장은 "장기적으로 탄소세와 경매방식을 통한 배출량 총량제한, 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탄소배출 저감, 저탄소시설ㆍ기술 투자활성화를 위해 탄소세를 도입하고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해 온실가스에 대한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고 했다.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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