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와 특별한 하루] '쇼핑천국' 일군 90년의 業

김담 타임스퀘어 대표, 영등포 창업터서 신개념 복합쇼핑몰 기적 일궈

김담 경방타임스퀘어 대표가 매장 내 브릿지 위에서 포즈를 취했다.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앞 광장에는 커다란 브론즈(청동) 작품 하나가 자리잡고 있다. 가까이 가서 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무등을 탄 채 사방에서 맞물려 위로 올라가 하늘에서 한 점으로 모인다. 작품명은 '카르마(KARMA)'(서도호 작). 동양의 전통적 개념으로 해석하면 '업(業)'이다."90년 전 경방이라는 회사가 시작된 곳이 바로 이 자리입니다. 당시 할아버지께서 창업하던 때와 지금 타임스퀘어가 있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사실은 같은 공간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셈이지요."이 작품의 의미이자 곧 '타임[시간]+스퀘어[공간]'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유이다.김담 경방타임스퀘어 대표(44)는 하루에도 몇번씩 이 커다란 쇼핑몰을 오간다. 매주 두 차례 임원들과 함께 전 매장을 둘러보는 일정 외에도 업무를 보다가 특정 브랜드의 컨셉트나 사업 전략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싶으면 무조건 매장으로 달려간다. 대표가 수시로 매장을 돌아다닌다고 소문이 나면 직원들이 부담을 느낄까봐 혼자 나설 때가 많은데 문제점이나 개선할 부분이 눈에 띄면 메모해 뒀다 회의 시간에 얘기를 꺼낸다.다른 쇼핑몰에는 없는, 그래서 꼭 자랑할 만한 곳부터 보여달라는 말에 김 대표는 지하 2층에 자리한 키즈 테마파크 '딸기가 좋아'부터 찾았다. 어린이 한명당 2시간에 1만원의 이용료를 내면 부모들이 쇼핑이나 다른 볼 일을 위해 자리를 비워도 상주하는 베이비시터들이 아이들을 돌봐주고 함께 놀아준다. 타임스퀘어 오픈 당시만 해도 대형 유통시설에 이런 성격의 편의시설이 입점한 곳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김담 타임스퀘어 대표가 지하2층 키즈 테마파크 '딸기가 좋아'에서 어린이용 열차를 타보고 있다.

"350평 규모의 이 매장은 순전히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마련한 겁니다. 수익성을 고려한다면 다른 상품을 판매하는 편이 더 나을 수 있죠. 요즘에는 신종플루 때문에 고객 수가 줄었지만 주말에는 하루 1500명까지 입장하기도 하고요."오픈 이후 토요일, 일요일도 없이 회사로 출근하고 있는 김 대표는 정작 타임스퀘어 안에서 대부분의 일과를 해결하는데 아무 불편함이 없다고 했다. 일주일에 두 번 밤 시간대에 평창동 자택 뒤 북한산을 가볍게 오르는 정도를 제외하고는 식사도, 운동도 모두 타임스퀘어 내에서 가능하기 때문이다.그가 종종 방문하는 곳 중 하나는 여성 고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에스테틱. 오일 성분이 든 촛물을 이용해 거칠어진 손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캔들 마사지'를 받으며 직원들과 스스럼 없이 농담도 주고 받는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어깨 마사지를 받고 가끔은 피부 관리도 받는다고 이 에스테틱의 점장이 귀띔했다.이따금씩 오고가는 고객들 사이에 섞여 타임스퀘어에 대한 평판(?)도 확인한다. "야, 어디 홍콩이나 일본의 쇼핑몰에 온 것 같지 않니?" "에이, 그래도 쇼핑하고 놀기엔 강남이 낫지 않을까?" "아니야, 저기에 자라, 망고도 있고 위에 올라가면 CGV 영화관도 있데. 난 이따가 저 쪽에 루이뷔통 매장도 들르고 싶은데…."삼삼오오 짝을 지어 걸어가는 젊은 고객들의 대화를 엿듣다 보면 그간의 고생과 보람이 함께 밀려와 눈물이 날 정도로 행복하고 자부심이 느껴진다. "사실 처음부터 이렇게 큰 쇼핑몰을 구상한 것은 아니에요. 일본에 있는 지사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외환위기 때 부친께서 들어오라고 하니 그게 기회가 되더군요."

김담 타임스퀘어 대표가 쇼핑몰 내 에스테틱에서 손관리 마사지를 받고 있다.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적었던 그는 어려운 고비마다 운도 좋게 일이 하나하나 잘 해결됐다고 회상했다. 한창 사업다각화를 이뤄가던 경방이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게 되자 김 대표는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 규모를 줄이는 일에 앞장섰다."뭔가 회사에 새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시달렸어요. 선대부터 내려온 영등포 공장터가 있으니 활용을 하면 좋겠는데 여기서 어떻게 부가가치를 낼 것인가를 놓고 한참을 고민했지요. 외국의 사례를 찾아보니 낙후된 도심의 작은 땅들을 한데 모아 큰 쇼핑몰로 재개발한 경우가 있었는데 바로 이거다 싶어 벤치마킹을 하기로 했지요."연면적 37만㎡ 규모의 타임스퀘어는 층간, 매장간 자연스러운 연결구조를 만들고 고객들이 이동하기 편한 과학적인 동선을 확보하는데 중점을 뒀다. 중앙 홀에는 유리로 된 천장 사이로 하늘도 보인다. 구름다리 하나를 놓기 위해 김 대표가 직접 홍콩으로, 일본으로 오고가는 일도 잦았지만 덕분에 소신 있게 계획한대로 쇼핑몰을 완성할 수 있었다.올 연말, 타임스퀘어에는 모두 100개의 크리스마스 트리가 장식될 예정이다. 중앙 정문 앞에는 국내에서는 가장 큰 높이의 30m 대형 트리도 세워진다. 크리스마스 이브의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를 12월24일, 타임스퀘어가 문을 연지 꼭 100일째 되는 날 사방은 온통 크리스마스 트리의 물결을 이루게 된다.<center></center>동행취재 = 김영무 부국장 겸 산업부장정리 =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사진 = 윤동주 기자 doso7@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유통팀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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