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교육의 장,예탁결제원]내일 증권박물관에 가볼까

[아시아경제 이솔 기자]"여러분, 전등을 발견한 '발명왕 에디슨'을 알고 있죠? 이 50달러짜리 주권은 발명왕 에디슨이 만든 시멘트 회사의 것이예요. 에디슨은 발명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업가로도 유명했어요. 에디슨이 1898년에 창업한 이 회사는 1920년대 중반에 미국에서 4번째로 큰 시멘트 회사로 성장했답니다. 자, 여러분도 앞으로 어떤 회사를 만들고 싶은 지 한번 생각해 보세요."에디슨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는 A4 용지 크기의 '에디슨 포틀랜드 회사(The Edison Portland Cement Company)' 보통주 주권에 똘망똘망한 어린이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전등ㆍ영사기 등을 발명한 사람으로만 알았던 토머스 에디슨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한 아이들은 에디슨과 그의 회사에 대한 질문을 쏟아낸다. 지난 2004년 5월 개관한 한국예탁결제원의 증권박물관은 국내 유일 증권전문박물관으로 어린이ㆍ청소년 경제교육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출범 초기에는 업계 종사자 대상으로 증권업무 전반을 소개하는 데 주력해 왔지만 이제는 증권에 담긴 역사와 경제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교육의 장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 주식ㆍ채권을 포함한 증권의 개념과 세계의 다양한 주권, 증권의 변천사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증권박물관에는 지난해 1만4000명에 이어 올 해에 신종플루 여파에도 1만8000명의 관람객이 찾을 것으로 보인다.◆증권에 담긴 역사의 흔적"이 주권은 1602년 설립된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인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가 발행한 것입니다. '하멜표류기'의 하멜도 바로 이 회사의 직원이랍니다 . 하멜은 1653년 일본 나가사키로 가던 중에 제주도에 표류했고 13년 만에 어렵게 탈출에 성공해 집으로 돌아갔어요." 증권박물관은 한국예탁결제원이 90년대부터 꾸준히 수집해온 주권 실물을 전시하고 있다. 17세기의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 19세기 미국 남북전쟁 당시에 발행된 채권, 20세기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독립운동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한 독립공채까지 근현대사를 총망라하는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담고 있는 것.전자거래 및 전자증권의 도입으로 점차 사라지는 추세에 있는 실물 증권을 수집하기 위해 박물관 관계자들은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할머니의 장롱 속에 감춰져 있는 의미있는 채권을 찾으려고 수소문에 나서는 것은 기본이고 세계 각국의 인터넷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진귀한 주권을 구입해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박물관의 이같은 수고가 바탕이 돼 매년 40여점 정도의 희귀하고 역사적 가치가 있는 증권들이 새로 들여와 관람객을 만나고 있다. 박물관이 증권업계 유관기관으로서는 유일하게 만들어진데다 해외와는 달리 국내에는 '증권'을 전문으로 하는 유물 전문가가 많지 않기에 증권박물관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각국의 문화와 전통을 담고 있는 가지각색의 증권도 증권박물관에 가면 살펴 볼 수 있다. 루마니아, 유고, 체코, 폴란드,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50여 개국에서 발행된 증권 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같은 글로벌 기업의 주권도 한 자리에 모여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영화 '슈렉'의 드림웍스나 미키마우스의 월트디즈니는 각각 익살스런 슈렉 의 얼굴과 푸우, 도널드덕 같은 캐릭터를 주권에 그려 넣어 인기가 높다.

증권박물관이 보유하고 있는 가쇄기. 한국예탁결제원이 사용해온 주권에 글씨를 인쇄하는 기계다. 용지는 조폐공사에서 구입해온다.

 ◆지폐 위조하듯, 증권 위조 사건도 발생해요 증권도 화폐처럼 위조사건이 종종 발생한다. 특히 지난 75~76년 발생했던 해태제과, 한독맥주 등의 위조증권 사건은 유명하다. 직원으로 속인 사기꾼들이 총 4억원 규모의 해태제과 주권을 인수해 유통하면서 일대 소동이 발생했고 한독맥주의 경우에도 적법하지 않은 방법으로 주권을 인쇄해 시장에 내놨다. 이후 회사별로 자유롭던 주권의 디자인이 일정한 종이와 규격으로 통일됐다. 주권 인쇄 장소도 한국예탁결제원이 지정한 특정 인쇄소에서만 가능하도록 규정됐다.  증권박물관에서는 가짜 주권과 진짜 주권의 차이를 알아볼 수 있는 코너를 마련했다. 노세진 학예사는 "특정 기구 없이 햇빛에 비춰보더라도 위조증권을 식별할 수 있다 "며 "햇빛에 비춰봤을 때 '대한민국 정부'나 특정 문양이 보이지 않으면 스캔이나 복사 등의 방법으로 위조한 주권"이라고 설명했다. 노 학예사는 "삼성카드, 삼성전자 같은 유명회사의 위조 주권이 아직도 종종 발견된다"며 "화폐보다 훨씬 적발이 쉽기 때문에 위조는 꿈도 꾸지 않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맞춤형 경제교육, 증권박물관으로 오세요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증권박물관에는 초등학생, 유치원생이 가장 많이 찾아온다. 이들을 위한 단체관람이나 경제교육 프로그램이 짜임새 있게 갖춰져 있는 덕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이 2년여 전부터 체계화해오고 있는 경제교육은 강의 중심의 증권과 투자 어린이 용돈관리, 체험 중심의 주식회사 만들기 경제보드게임이 마련돼 있다. 학생들의 연령대를 고려해 맞춤식으로 진행되며 실생활과 밀접한 경제 교육이 이뤄진다. 단체관람 외에도 부모와 어린이들이 개별적으로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격주로 '모아모아 경제교육'도 진행 중이다. 토요일에 진행되는 모아모아 경제교육은 통상 두 달 전에 예약이 완료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어린이 관람객의 관심을 끄는 또 하나의 코너는 바로 '나만의 증권 만들기'다. 증권박물관에 방문한 기념으로 관람객이 직접 세상에 하나뿐인 주권을 만들 수 있다. 내가 만들고 싶은 회사를 구상해 이름을 짓고 나의 이름을 '대표이사'로 넣을 수 있기 때문에 어린이들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 그 뿐 아니라 지난 4월 설립된 한국예탁결제원 의 KSD나눔재단을 통한 찾아가는 경제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나눔재단은 산간, 도서지역 소외계층 어린이들을 직접 방문해 경제 교육을 실시하고 '나만의 주권 만들기' 등 체험 학습 프로그램을 진행한다.이솔 기자 pinetree19@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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