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이란의 쿠드스 시위 장면(출처 : 유튜브)
지난 6월 이란 대선이 끝난 후 세 달이 지난 18일까지도 이란인 수천 명은 여전히 거리로 나와 반정부시위를 벌였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표면적으로는 대선에 성공해 다시 서방과의 대결에 나서는 등 예전처럼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듯 보이지만 이란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분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표출되고 있는 것. 약 1400년 전 이슬람의 창시자 무함마드의 아들과 조카가 살해된 날을 기념해 라마단의 마지막 금요일에 벌어지는 '쿠드스(Quds) 시위는 1979년 혁명 이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규탄하는 날로 정해졌지만, 올해는 일찌감치 아마디네자드 정권에 저항하는 반정부 시위로 바뀌었다.시위가 있기 며칠 전 야권지도자인 무사비 전 총리 등이 "지금은 팔레스타인을 위한 시위보다는 우리 이란을 위한 시위가 필요하다"며 지지자들에게 반정부 시위를 호소하고 나섰기 때문이다.그러나 외부 관찰자들 사이에서는 이제 이란인들의 반정부 시위가 결국 잦아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란의 현 집권세력인 하메네이-아마디네자드 세력의 강도 높은 시위진압을 이란인들이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이란의 반정부시위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두바이의 이란계 대기업에 다니는 회사원 아흐마드(가명, 36세) 씨는 '최근 이란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의 엄격한 언론통제로 이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외부세계에 잘 알려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러나 그의 대답에는 30년 만에 찾아온 모처럼의 기회를 잃었다는 데에 대한 자포자기의 심정도 묻어난다.그는 "21년 전 이라크와의 전쟁이 끝나고 약 2만 명을 처형할 정도로 이란의 이슬람 혁명정부는 잔혹하다"고 전했다. 그는 권력의 정점에 있는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현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지원하는 이상 어떠한 희생을 치루더라도 아마디네자드 정권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아흐마드 씨는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가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이란국민들은 지난 6월 대선에서 무사비와 카루비를 선택했지만 광범위한 선거부정으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다시 당선됐다"면서 "이러한 사실은 이란국민들 대부분이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란인들은 지난 대선에서 진짜 승자는 약 1900만 표를 얻은 무사비 후보이며,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실제로 약 570만 표를 얻는데 그쳤다고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아마디네자드 정부가 정치적으로 정당성이 없다는 주장이다.한편 아흐마드 씨는 무사비 후보라도 하더라도 일반 이란국민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금 이란국민들이 비록 무사비, 카루비, 하타미 등 개혁파를 지지하기는 하지만 이들도 결국 지난 1979년의 이슬람 혁명의 주역들로서 이란국민들에게 '차선' 일 뿐이라는 설명이다.아흐마드 씨는 "간단히 말해 이란의 일반국민들은 이란의 국호 '이슬라믹 리퍼블릭 오브 이란'에서 '이슬라믹'을 떼어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종교지도자의 뜻이 사회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신정정치가 사라졌으면 하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김병철 두바이특파원 bc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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