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김수희 기자]-대기자금 10兆 추정...당분간 환매 지속 전망-이달 1조6870억 유출...추가상승 땐 돌아올 듯#.직장인 H씨는 최근 은행 펀드 판매직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2007년 적립식으로 가입했던 국내주식형 펀드가 원금을 회복했으니, 환매하라는 내용이었다. H씨는 순간 고민에 빠졌다. 그냥 두자니 지난해 말 겪었던 '반토막'의 아픔을 다시 겪기는 싫었고, 그렇다고 돈을 빼자니 딱히 다른 곳에 투자할 때도 없기 때문이다. 고민을 거듭하던 H씨는 결국 펀드투자금을 일단 빼서 통장에 넣어두기로 한다. 코스피 지수가 1700에서 숨고르기에 들어가자 국내주식형 펀드 환매 강도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펀드붐이 일었던 지난 2007년 지수가 1700~1800선을 오가던 때에 들어갔던 투자자들이 중심이 돼 '원금지키기'에 나서고 있는 것. 주식형 펀드에서 계속되는 자금 유출로 투신권은 상승장에서도 차익실현의 악수를 두게 되며 갈 길 바쁜 증시의 발목을 붙잡는 모습이다. 22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주식형 펀드는 3566억원이 빠져나갔다. 신규로 설정된 금액 859억원을 제외하면 2707억원 순유출을 기록, 엿새째 순유출세를 지속했다. 전일에는 펀드를 해지한 금액이 올 들어 최대 규모인 4000억원이 넘어서기도 했다. 3분기 들어 국내주식형 펀드의 일일 유출 금액이 점차 커지며 9월에 들어서만 1조6870억원이 순유출됐다. 올해의 순유출 금액도 5조7670억원을 기록, 6조에 가까운 자금이 빠져나갔다. 그렇다면 국내주식형 펀드의 환매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증시전문가들은 지난 2007년 코스피 1700~1800선 사이에 펀드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펀드 환매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성진 현대증권 WM컨설팅센터장은 "지난 2007년 지수가 1700선을 상회하던 때 국내주식형 펀드로 들어온 물량이 10조 정도 대기 중에 있다"며 "증권사 코스피 목표지수가 평균 1800정도임을 감안할 때 지수가 추가 상승하면 당분간 환매는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김후정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도 "최근 코스피 1600선에서 본격화되기 시작한 펀드 환매가 1700선을 넘어 1800선을 바라보자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며 "환매 물량이 아직 남아있는 만큼 한동안 주식형 펀드에서의 자금 이탈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증시가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경우 환매 강도가 약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오대정 대우증권 자산관리연구소팀장은 "환매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는 있지만 외국인이 증시에서 그 물량을 받고 있는 만큼 아직 증시가 추가적으로 상승할 여지는 있다"며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고 증시가 추가적으로 상승하면 펀드로도 자금이 재유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정균 SK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최근 펀드에서 자금을 빼 직접투자에 나서는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게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며 "개인투자자들이 직접투자가 간접투자보다 수익률이 높게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누그러진다면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재유입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김수희 기자 suheelov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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