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三매경] 천년왕국으로의 여행 '디아너스'

하늘이 물이고, 물이 곧 하늘이다. 디아너스골프장 레이크코스 6번경 전경.

가을 하늘이 높고 푸르다. 선비들은 예로부터 가을을 독서하기 좋은 계절이라 여겼다. 하지만 가끔은 바깥세상과도 소통해야 하는 법. 이번 주에는 신라 '천년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경북 경주와 디아너스골프장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경주는 특히 아이들에게는 역사책 속의 세상이 현실로 펼쳐진 곳이다. 중년의 골퍼들은 수학여행 중 찍었던 빛바랜 사진 속 추억을 되살릴 수 있다. 길가의 코스모스는 가을이 주는 낭만이다. ▲ 토함산과 보문호의 절경= 디아너스골프장은 올해 '내셔널타이틀' 한국여자오픈이 열렸던 곳이다. 국내 코스설계가로서는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던 고(故) 임상하씨의 유작이기도 하다. 자연 그대로를 코스로 만드는 '마술'을 토대로 구릉지역은 힐스, 산자락 사이는 밸리, 계류가 모여 연못을 이룬 곳은 레이크 등 27홀 코스로 완성됐다. 토함산을 등지고 티잉 그라운드에서 바라보는 보문호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아침의 고요한 호수가 오후 들어서는 은빛 비늘을 뿌려놓은 듯 반짝이며 화려한 경관을 뽐내고, 저녁 무렵이면 다시 주위의 붉은 석양과 함께 고요의 세계로 빠져든다. 마치 인생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하다. 3개의 코스는 저마다의 특징이 있다. 힐스코스가 상대적으로 쉽지만 정확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타수를 쉽게 줄일 수 없다. 밸리코스에서는 보문호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주의해야 한다. 4개의 커다란 연못과 계류 등이 어우러진 레이크코스는 경관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특히 5~ 6번홀 사이의 커다란 연못이 인상적이다.

양동마을은 우리 전통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사진=양동마을제공

▲ "발길 닿은 곳이 역사네~"= 행방이 묘연했던 문무왕릉비 윗부분이 최근 한 주택의 수돗가에서 발견됐다. 경주는 이렇듯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이다. 선조의 얼이 고스란히 간직돼 있어 함부로 개발을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는 곳이다. 발길 닿는 곳이 모두 역사속으로의 여행이다. 불국사 등 이미 알려진 곳이 아니더라도 갈 곳이 많다. 그 중에서도 추천할 만한 곳이 '월성양동마을'이다. 월성 손씨(月城孫氏)와 여강 이씨(驪江李氏)에 의해 형성된 마을로 360여채의 기와집과 초가집들이 옛 모습 그대로다. 국보와 보물, 중요민속자료, 유형문화재 등이 있어 마을 전체가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나지막한 토담길을 따라 걷다보면 자연스레 수백년의 세월을 거슬러 조선시대 청백리였던 우재 손중돈과 성리학자인 회재 이언적 선생을 만날 수도 있다. 한옥집에서 민박하며 전통문화를 체험해 보는 것도 괜찮다. 홈페이지(yangdong.invil.org)에 다양한 정보가 있다. 경주 세계문화엑스포공원에서는 '문라이트 레이저쇼'를 비롯해 세계명화갤러리, 세계화석박물관 등 다채로운 행사가 있다. 요즈음 방영되고 있는 MBC 역사드라마 '선덕여왕'의 세트장인 신라밀레미엄파크도 둘러볼 만하다.

요석궁 정식. 사진=요석궁제공

▲ "음식에도 어찌 얼이 없으리"= 먹거리도 옛것으로 체험하면 어떨까. 재료의 선택과 가공, 맛의 농도, 차린 모양새 등 음식이야말로 시대정신의 응결체일지 모른다. 신라시대 요석공주가 살던 궁터에 조선시대 경주 최부자가 터를 잡은 '요석궁'(054-772-3347)이 대표적이다. 조선시대 이미 '노블레세 오블리제'를 실천했던 최부잣집은 일제시대에는 독립운동가들의 은신처로 활용되기도 했다. 지금은 그 후손들이 운영하고 있다. 경상도지만 전라도 지방의 특색과 혼합된 한정식으로 맛깔스럽고, 정갈하다. 정식은 반월과 계림, 안압, 포석, 요석 등 유적지의 이름을 따 지어졌으며 2만원~ 10만원까지 다양하다. 이 집의 전통술도 입맛을 돋운다. 도솔마을(054-748-9232)에서는 경상도식 한정식이 있다. 쪽샘지구에서 가장 유서 깊은 숙영식당(054-772-3369)에서는 보리에 찹쌀과 멥쌀을 섞은 지은 부슬부슬한 밥에 강된장이 어우러진 찰보리밥이 인기다. 김세영 기자 freegolf@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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