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배우 김명민이 지난 1일 유명을 달리한 고(故) 장진영을 애도했다. 김명민은 영화 '내 사랑 내 곁에' 개봉을 앞두고 아시아경제신문과 만나 지난 2001년 고인과 함께 촬영했던 고 장진영을 기억하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고인을 떠올리며 신인배우였던 자신의 어리석은 시절을 부끄러워했다. 김명민은 "내 밥그릇 채우기에 여념이 없었다"고 고백했다."영화 '소름'에서 (장)진영씨가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저는 그때 정말 작은 그릇을 가지고 있던 시절인데 그릇이 덜 된 자의 욕심이라고나 할까요. 어리석은 욕심을 품고 내 밥그릇 채우기에 급급했습니다. 상대보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던 시절이었어요. 경쟁상대로 생각했죠. 조금 더 좋은 호흡과 팀워크로 연기할 수 있었는데…. 제가 진영씨에게 많은 걸 받았죠. 저 자신의 어리석었던 시절을 기억하자면 그것이 바로 영화 '소름'입니다."영화 '소름'은 젊은 택시 운전사가 허름한 아파트에 이사 온 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건을 겪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심리 공포로 고인이 출연했던 '청연'을 연출한 윤종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이 영화에서 장진영은 자신을 구타하던 남편을 살해하는 불안한 심리의 여자 선영 역을 뛰어난 연기력으로 소화해 극찬을 받았다. 택시기사 용현 역을 맡은 김명민 역시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남우상을 받을 만큼 뛰어난 연기를 펼쳤으나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으로 주목받기까지 무명의 시절을 더 보내야 했다. "진영씨는 정말 독하고 악바리 같은 배우였습니다. 여배우로서 지키고 싶은 모든 예쁜 이미지를 버리고 출연한 영화가 바로 '소름'이었고, 결국 성공했죠. 정말 아까운 배우입니다."영화 '소름' 이후 두 사람은 거의 만나지 못했다. 고인이 지난해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의 그리메시상식 최우수 여자연기자상을 탔을 때 시상식장에서 거의 8년 만에 다시 만난 게 전부였다. "이미 (위암을) 앓고 있던 시기였지만 그때는 몰랐죠. 워낙 예쁘게 생긴 데다 늘 생기가 넘쳐 있는 배우였는데 그때는 몰라보게 야위고 안 돼 보였어요. '로비스트' 촬영이 너무 힘들었나 생각했죠.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헤어졌습니다. 이번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해외에 있었어요. 예전에 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더군요. 내가 옹졸하게 대했던 기억이 나서 너무 속상했습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홍콩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돌아왔죠."한편 뛰어난 두 배우 김명민과 장진영의 대단한 연기를 확인할 수 있는 영화 '소름'은 다음달 8일 개막하는 1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8년 만에 대형 스크린으로 다시 만날 수 있다.
2001년 고(故) 장진영과 김명민이 함께 출연한 영화 '소름'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사진 이기범 기자 metro83@<ⓒ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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