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영화 '애자'의 주인공을 한 명만 꼽으라면 타이틀 롤인 최강희를 이야기해야 하겠지만 감정의 중심에는 애자의 엄마 최영희 역의 김영애가 있다. '애자'는 우리에게 다양한 '국민엄마'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켜주는 작품이다. 김영애는 흔히 우리가 국민엄마라고 부르는 김해숙 김혜자 나문희 고두심 김수미 등과는 다른 색채로 다가온다. 내일모레면 예순이 되는 나이임에도 그에겐 여전히 소녀의 표정이 있다. 서른이 다 되고서도 철이 안 든 딸 애자와 티격태격 싸우는 엄마 영희 역에 정기훈 감독이 처음부터 김영애를 떠올린 것도 그런 점에서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 "연기 인생 40년 만에 사람들과 노는 법 알게 됐죠"아시아경제신문과 만난 김영애는 "짧은 시간에 이렇게 인터뷰를 많이 해보는 것도 처음"이라며 활기찬 미소를 지었다. 스크린과 브라운관 속처럼 노년을 앞둔 중년의 주름 속에서 신기하게도 소녀의 미소가 배어나왔다. "몸은 늙어도 마음은 그대로"라며 50대에 불같은 사랑을 했다는 한 TV프로그램에서의 고백과 중첩되는 지점이었다. "지난해까지는 노는 방법을 몰랐어요. 집안에 틀어박혀서 속만 썩이고 있었죠. 저는 뭐 하나 이해하지 못하면 그것만 붙잡고 있는 성격이거든요. 정신건강에 좋지 않죠. 그런데 이 영화를 끝내면서부터 바람이 나서 사람들과 노는 방법을 처음 알았어요. 골프도 왜 재미있는지 이해 못했고 사람들 만나서 수다 떠 것도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운동도 하고 수다도 떨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려요."예순을 앞둔 나이에도 젊게 사는 비법을 물으니 "운동"이라는 답이 바로 돌아왔다. 아직도 55사이즈 옷을 입는다는 그는 2년간 요가를 하다가 근력운동을 위해 최근부터 1주일에 3~4번씩 피트니스센터를 다닌다고 했다. "너무 재미있어요. 완벽하게 몸만 움직이고 머리는 쉬니까요. 제가 사업을 하면서 너무 힘들어서 선택한 게 그거였어요. 머리가 유일하게 쉬는 시간이죠. 운동이 중독성이 있더군요. 몸과 정신이 균형이 맞아야 하는데 요즘 사람들은 정신을 너무 많이 혹사시키는 경향이 있죠."
◆ "사업 도전, 후회하지 않아요"40년 가까이 연기생활을 해온 김영애가 드라마 '황진이' 이후 '애자'로 돌아오기까지 3년간 공백이 있었던 것은 사업 때문이었다. 연예인으로서는 드물게 '제조업'에 뛰어들어 대단한 성과를 올렸지만 사업체 경영이라는 극도의 스트레스와 법적소송, 이혼, 노모와의 사별 등을 겪으며 한동안 힘든 시기를 보냈다. "사업으로 돈은 벌게 되지만 그 압박감이 심해서 매일 지쳐 있었죠. 건강도 안 좋았어요. 매일 피가 말라요. 제가 원래 겁이 많아서 운전도 못하는 성격인데 '무식이 용감'이라고 몰라서 시작한 거였어요. 그런데 도중에 발을 뺄 수가 없었어요. 직원들의 생계를 생각해야 하니 나보다 소중한 게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죠. 그렇지만 굵은 개줄이 내 목을 꽉 조르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결국 발을 뺐습니다."김영애는 사업을 했던 것에 대해 "후회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로 인해 그간 경험할 수 없었던 많은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생활 때문에 연기하는 건 원하지 않았다"며 "겹치기 출연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경제적 여유를 얻은 것도 감사할 일"이라고 말했다. '애자'에 출연하게 된 이유를 묻자 "연기를 쉬면서 받았던 시나리오 중 가장 재미있는 작품이었다"고 답했다. 3년 만에 돌아와 영화에 출연하게 됐는데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친구 같기도 하고 딸 같기도 한 최강희와 함께 연기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하며 연기했죠"'애자'는 김영애가 그려온 '엄마'의 이미지를 이어가는 작품이다. 그간 누군가의 어머니이면서도 여성성을 잃지 않는 캐릭터를 연기해온 김영애는 '애자'에서도 '아버지의 아내'가 아닌 '여자로서 당당히 살아가는 엄마'를 그렸다. "비록 엄마 역을 연기했지만 연기할 때는 딸의 심정으로 연기했어요. 제 어머니가 자식에 대한 집착이 심하셨는데 지난해에 돌아가셨죠. 돌아가신 뒤로 죄송한 마음에 많이 울었어요. 영화를 찍으면서도 많이 생각이 났죠. 이 영화는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보내는 영화입니다."김영애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애자'를 보고 난 관객들에게 "좋은 배우"라는 말을 듣는 것이라고 전했다. "연기 잘하는 배우로 남고 싶다"는 것이 38년 연기경력의 배우가 밝힌 작은 소망이다. '애자'는 그의 소박한 바람이 사실 이미 이뤄졌음을 알려주는 작품인 동시에 '국민엄마' 김영애의 새로운 이정표를 보여주는 영화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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