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며칠 전 거실에서 놀고 있는 4살 아들 녀석에게 "아이스크림 사줄까" 했더니 뭐가 그리 좋은지 팔짝팔짝 뛰면서 이렇게 외쳤다. '올레?' 의아해하는 나를 보고는 애 엄마가 말했다. "요즘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TV광고를 보고 자주 따라하는 말"이라고. 그러고 보니 지난 주말 동네 놀이터에서 초등학생들이 뛰어놀면서 '올레'를 연발하던 모습이 불현듯 떠올랐다. '즐겁고 행복하다'는 뜻의 감탄사인 올레가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다.지난 6월1일, 자회사 KTF와 합병한 KT는 제2의 도약을 선언하며 '올레'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석채 회장은 "과거 100년 역사를 써온 KT가 미래 100년의 역사를 계속 그려가기 위해 '올레 경영'의 강력한 실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T는 제2의 창업 정신을 담아 기업이미지(CI)도 'KT'에서 'Olleh KT'로 변경했다. 이로써 이제 올레가 KT이고 KT가 올레가 된 것이다.헬로(Hello)를 뒤집은 역발상 신조어인 올레는 예전 공기업 시절부터 지녀온 무겁고 딱딱한 이미지를 한꺼풀 벗겨내는 등 KT의 혁신적 변화를 상징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6일부터 방송을 타기 시작한 올레 TV광고는 격식을 깬 창의성과 위트로 소비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올레 광고를 제작한 제일기획측은 "놀라운 경험을 할 때 '와우'보다 '올레'로 표현한다는 의미로 역발상과 소통을 강조하는 '올레' 경영 취지를 애니메이션에 담았다"고 설명했다.올레 광고는 금도끼ㆍ등반ㆍ멧돼지 등 시리즈마다 대박을 터트리면서 신드롬을 이어가고 있다. KT 관계자는 "제일기획에 올레 마케팅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 산출해달라고 요구했다"고 귀띔했다. 그만큼 올레 광고에 만족해하고 있다는 얘기다.올레가 홍보 마케팅에서 크게 성공했다는 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SK텔레콤의 '비비디바비디부' 주문이 주춤하고 있는 것과 달리 KT의 '올레'는 새로운 문화 트렌드로 자리매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레가 어린 아이들에게 스쳐지나가는 그저그런 유행어의 하나에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KT는 2012년까지 자회사를 포함해 전체 그룹 매출을 올해보다 3조원 많은 27조원으로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영업 이익률도 3% 높여 11.4%를 달성하고 유ㆍ무선통합(FMC) 가입자도 올해 말 예상치의 7배 규모인 210만명으로 늘리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른바 '337 전략'이다. "또 다른 100년을 준비한다"는 이석채 회장의 말처럼 KT가 변화와 혁신을 실천해나가는 실질적이고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그 해답은 결국 '올레'가 아닐까. KT가 '337 전략'을 달성하느냐 마느냐는 올레 정신을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해가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올레'가 일으킨 신드롬을 기업의 혁신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것은 KT의 또 다른 숙제다.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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