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시대 명장에 길을 묻다<11>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2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주식이라는 한 우물을 판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의 저력은 '여유'에서 나온다.업계 특성상 증권맨의 수명은 짧다. 수초를 다투는 주식 투자 업무는 물론이거니와 사람사이의 관계 형성, 심지어 온갖 유혹들 때문에 한 곳에 머물기 힘든 게 현실이다.특히 업계에서 유명세를 탈수록 쏟아지는 고액 연봉 제의는 한 자리에 오래 머물수 없게 만드는 증권가의 속성이다. 그러나 그는 줄곧 한 회사에만 근무했다.
이 부사장은 "원래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성격인데다 평소 가족들의 도움이 컸다"며 "골프, 운전을 하지 않고 주말엔 가족과 함께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며 재충전하곤 한다"고 말했다. IT버블이 터졌을 때 주요 종목들이 치고 오르면서 주가지수가 급등했지만 비교적 소외종목에 투자한 탓에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부진할 때 가족은 그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가훈 역시 그의 평소 소신과 같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친 것은 부족한 것보다 못하다며 가족들에게 여유를 주문한다.그에게 그 다음 중요한 가치는 바로 '고객'이다. 7만여 투자자들은 그를 매일 밤 12시까지도 근무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처음엔 쉽지 않았다. 가치투자 원칙을 고수하다보니 상대적으로 부진한 경우도 여러번 있었다. 당시 고객들은 비난의 화살을 그에게 돌려 실의에 빠지기도 했다.그러나 그를 다시 일어서게 한 것도 역시 투자자였다. 그의 소신을 지켜본 투자자들은 이 부사장의 투자 원칙에 신뢰를 보냈다. 2007년에 썼던 '이채원의 가치투자'는 투자자들이 꾸준히 찾아 어느덧 16쇄를 넘었고 지난 4월 있었던 설명회(IR)에는 무려 1000명이 넘는 투자자들이 찾아와 그를 인정하고 격려했다. 한때 수익률이 부진해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게 됐을 때는 투자자들이 직접 편지까지 보내면서 그를 위로하고 건강을 염려했다는 뒷얘기도 있다.그는 아직도 강한 의지로 충만해 있다. 10년펀드가 설정된 지 3년여. 아직 7년이나 남아 있는 시간 동안 투자자와의 약속을 지켜야 하고 글로벌 가치투자펀드라는 새로운 목표도 있다. 이 부사장은 "앞으로는 건강도 챙기고 더욱 주식에 매진해 한국에 가치투자 문화를 뿌리내리게 하겠다"고 강조했다.황상욱 기자 ooc@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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