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관련 없이도 시장선 안통해
"우린 테마주에서 빠지고 싶어요~" 주식시장에서는 특정 테마주로 분류되지만 실제 사업 내용과 별 관련성이 없는 코스닥 기업이 상당수다. 이들 기업은 회사 펀더멘털과 관계없이 주가가 들쭉날쭉 움직이는 상황이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변압기 생산업체 제룡산업은 지난 4일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한다는 소식에 급등세를 탔다. 전날보다 12.22% 오른 것. 언제부터인가 주식시장에서는 '남북경협주'로 언급되지만 정작 당사자인 제룡산업 측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개성공단에 입주해 있지도 않고 북한과 관련한 어떠한 매출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남북경협주에 빠짐없이 이름을 올리는 이화전기도 마찬가지다. 이화전기 관계자는 "테마주에서 빠지고 싶다고 해서 빠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시장 흐름에 따라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라며 "회사 입장에서는 회사의 실질적 사업과 전혀 관계 없이 관련 뉴스에 따라 주가가 상한가로 치솟았다가 다음날 하한가로 떨어지는 상황이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광명전기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대북 사업을 벌이거나 북한과 관련된 매출은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회사 실적이나 성장성을 반영하지 않은 채 주가가 왔다갔다 하기 때문에 남북 경협주에 속하는 현실에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한국전력과 함께 배전 업무를 하기 때문에 남북경협주로 분류되기 시작한 것 같다"며 "남북관계가 좋아지고 협력의 물꼬가 트이면 제일 먼저 전력이 정비되고 그렇게 되면 관련 업체들이 수혜를 입지 않을까하는 밑도 끝도 없는 기대가 작용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시계를 납품받고 있는 로만손도 '남북경협 관련주' 꼬리표를 이제는 떼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개성공단에는 OEM업체들만 입주해 있고 실질적 매출 기여 비중도 높지 않은데 북한 관련 이슈가 터질 때마다 주가는 급락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로만손 측은 "개성공단에서 생산해 온 시계보다 주얼리 쪽 매출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고 실제 남북관계가 경색됐던 경우에도 생산은 차질없이 이뤄졌다"며 "투자자들이 기업의 실제 상황과 관계 없이 움직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A증권사 관계자는 "테마주로 언급되는 회사들이 아무리 관련성이 없음을 나서서 홍보해도 주식시장에서는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한번 테마주로 알려지면 관련된 뉴스가 나올 때마다 실제로 주가도 반응하기 때문에 증권사들도 딜레마를 겪게 된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의 테마주 목록을 직접 만드는데 특정 종목이 실질적 연관이 없음을 알고 있음에도 뺄 수가 없다는 것. 그는 "변동성을 이용해 투자하는 데이트레이더들이 주가가 실제로 움직이는 데 왜 당신네 회사만 테마주에서 제외했냐고 종종 항의를 해오곤 한다"고 덧붙였다. 이솔 기자 pinetree19@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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