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준의 골프파일] 양용은 '잔치는 끝나지 않았다'

지구촌 골프계가 갑자기 떠들썩하다.화두가 바로 양용은(37)의 '마지막 메이저' PGA챔피언십 제패다. 골프 변방의 선수가, 그것도 대회 최종일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맞붙어 기적같은 역전극을 일궈냈다. 양용은이 17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채스카의 헤이즐틴내셔널골프장 18번홀 그린에서 우즈의 '역전불패 신화'를 깨뜨리는 순간, 그래서 전세계가 경악했다. AP와 AFP 등 주요외신들은 양용은의 우승을 '긴급뉴스'로 타전했다. 야후스포츠는 아예 양용은의 이니셜(Y.E Yang)과 '예스(Yes)라는 단어를 합성해 'Y.E.S'라는 제목을 달았고, 폭스스포츠는 '영원하라, 양(Forever Yang)'이라고 극찬했다. 뉴욕타임스(NYT) 조차 '스포츠 역사상 최대 이변 가운데 하나'라고 보도했다. 양용은의 이날 경기는 다음날 4대 메이저 가운데서도 최대 명승부로 선정됐다.국내 언론은 당연히 난리가 났다. 모든 신문과 방송이 앞다투어 양용은의 경기 모습과 관련뉴스를 실시간으로 전했다. 볼보이로 골프에 입문한 제주 섬소년이 물에 찬밥을 말아먹으면서도 훈련과 대회 출전에만 전념하는 '가시밭길'을 걸어 마침내 메이저 정상에 우뚝 섰다는 스토리는 '인간승리'의 표본으로도 충분했다. 양용은의 메이저우승은 사실 한국골프 100년 역사를 뒤흔드는 위업이다. 최경주의 미국 무대 진출 자체가 '빅뉴스'였던 시대가 불과 10년전이다. 최경주의 첫 우승과 달리 양용은의 메이저우승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선수 최초다. 어쩌면 40억 아시아인들에게 '할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심어줬을 일이다.양용은의 이번 쾌거는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곧바로 묻혀질 것이다. 한국에서의 골프는 선수들의 국위선양과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존재한다. 골프는 여전히 '사치성 유희'라는 사시적인 시각에 시달릴 것이고, 선수들은 또 다시 척박한 땅에서 새 역사를 창조해야 한다. 일본에서 이시카와 료라는 자국 선수를 '차세대 월드스타'로 키우기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붓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하지만 모든 일은 기초가 단단해야 한다. 골프가 더욱 활성화되고, 골프인구는 더 많이 늘어나야 한다는 이야기다. 지금은 더욱이 골프의 문턱이 상당히 낮아졌다. 특소세가 폐지되면서 골프용품 값이 싸졌고, 지난해 조세특별법 개정안으로 그린피도 계속 낮아지고 있다. 지자체에서 폐탄광촌이나 간척지 등을 활용한 골프장을 속속 개장하면서 대중적인 이미지도 높아졌다.올해는 특히 골프가 오는 2016년 올림픽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는 해이다. 세계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여자선수들에 이어 양용은의 쾌거가 남자선수들의 세계무대 진출과 올림픽 금메달 획득이라는 달콤한 열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관련당국에서도 말뿐인 정책 보다는 중과세 개선 등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양용은의 잔치'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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