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오너일가 퇴진...대우건설 향방은(종합)

불씨를 당긴 건 대우건설이었다. 박삼구 회장과 동생 박찬구 회장의 분열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재매각키로 하면서 수면위로 떠올랐다.박찬구 회장과 박 회장의 아들 준경씨가 대우건설 재매각 결정을 전후로 금호산업을 지분을 대거 팔고 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대폭 늘렸다.이같은 박 회장의 주식 매입 이전까지 두 형제는 각각 10.01%의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균등 비율이 단숨에 깨진 것이다. 금호그룹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대우건설 인수 당시부터 그룹내에서 두 회장간 이견이 있었고, 최근 지분 거래를 통해 표면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불씨를 당긴 것이 대우건설이었기에 그 끝이 어디로 향하는 지도 관심일 수 밖에 없다. 일단 대우건설 문제는 그룹 지배구조 향방과 관계없이 매각을 전제로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번복될 가능성은 없다. 누가 경영권을 장악하던지 대우건설 매각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핵심 열쇠이기 때문이다. 박삼구 회장도 기자회견에서 "향후 그룹 대주주로서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대우건설 매각 등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때문에 이번 오너일가 동반 퇴진을 계기로 매각 작업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일단 우세하다.금호그룹의 주채권은행이자 대우건설 매각 공동주간사인 산업은행은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산은 관계자는 "구체적인 정황은 좀 더 파악해봐야한다"면서도 "금호그룹 입장에서 대우건설을 매각하지 않고서는 상황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지배구조 변화가 대우건설 매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변수는 박삼구 회장 주도의 이사회를 통해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박찬구 회장의 행보이다. 박삼구 회장의 기자회견 내용 어디에도 박찬구 회장이 해임안에 전적으로 동의했다는 언급은 없었다. 박삼구 회장은 "박찬구 회장이 자신의 이해관계로 그룹경영에 반하는 행동을 보여줬고, 이로인해 많은 루머와 그룹의 장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나왔기 때문에 결단을 내리게 됐다"며 "해임결의는 결의대로 받아들여져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식 이사회 결의를 통해 결정된 만큼 문제는 없으며, 문제가 있다면 법과 원칙에 준해 처리해야한다"고 말했다.만약 박찬구 회장이 자신에 대한 해임 결의에 불복한다면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으로 확산되며, 계열분리 논쟁의 도화선을 당길 수 있다. 이 경우 일사분란한 의사결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대우건설, 서울고속터미널, 금호생명 등 주요 자산 매각도 직간접적인 영향권에 놓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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