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지난 2005년부터 시작된 폴크스바겐과 포르쉐의 경영권 다툼은 자신의 16배나 되는 거인을 넘어뜨리려던 포르쉐의 완패로 결말을 맺게 됐다.23일(현지시간) 유럽 최대 자동차 메이커 폴크스바겐은 이사회를 열고 80억 유로 규모의 포르쉐 인수를 승인했다. 마르틴 빈테르코른 최고경영책임자(CEO)는 2011년 중반까지 포르쉐와 경영을 통합하기로 경영위원회가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자사 인수를 주도한 포르쉐의 벤델린 비데킹 CEO와 그의 오른팔 호거 헤르터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비데킹 CEO은 5000만유로, 헤르터 CFO는 1250만유로의 퇴직금을 각각 받고 회사를 떠나게 된다. 언론들은 이들 두 사람이 폴크스바겐의 괘씸죄에 걸려 사실상 해임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카타르 국부펀드인 카타르 투자청은 폴크스바겐의 지분 17%를 인수하기로 해 폴크스바겐의 3대주주로 부상하게 된다.포르쉐는 지난 2005년부터 폴크스바겐을 넘보고 주식 매집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자사의 16배의 매상 규모를 가진 폴크스바겐을 손에 넣기란 쉽지 않았다. 올해 1월 포르쉐는 폴크스바겐의 지분율을 51%로 늘린 후 75%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무리한 결과 90억 유로의 부채만 떠안게 됐고, 이어 3월에는 융자 차환도 어려운 지경에 몰리면서 5월초 폴크스바겐과 경영 통합에 기본 합의했다. 경영 통합 발표 이후 이들은 100억 유로 규모의 부채 삭감 방안을 둘러싸고 의견 대립을 보이는 등 난항이 계속됐다. 이런 가운데 무리한 인수 시도로 경영 위기를 초래한 비데킹에 대한 비난 여론이 급속도로 번지자 포르쉐 창업주 일가의 실력자이자 포르쉐의 대주주이기도 한 폴크스바겐의 페르디난트 피에히가 자사와의 합병을 주도했다. 결국 6월 폴크스바겐이 포르쉐에 역인수를 제안하면서 사촌지간인 피에히와 비데킹의 경영권 싸움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창업주 일가까지 말려들면서 내분으로까지 발전한 폴크스바겐과 포르쉐의 인수극은 미국의 포드와 이탈리아의 피아트처럼 집안싸움이라는 오명을 남기게 됐다. 양사의 합병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안은 내달 13일 정식 발표된다.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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