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홀딩스가 사상 첫 외국인 최고경영자(CEO) 영입 계획을 철회했다.22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테마섹은 오는 10월 CEO 자리에 앉히려 했던 찰스 칩 굿이어 전 BHP빌리턴 CEO를 영입하지 않고, 리셴룽 현 싱가포르 총리의 부인인 호칭 현 CEO를 유임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테마섹은 굿이어와 전략적 이슈에 대한 견해차를 극복하지 못해 상호 합의 하에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테마섹은 사업 전략상의 견해차가 이유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싱가포르 고유의 기업문화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실제로 굿이어는 CEO가 된 이후에 테마섹과 그 계열사의 경영방식에 대해 장기적인 차원의 대규모 개혁을 추진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노무라증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굿이어는 포트폴리오의 재편을 위해 기업 인수합병(M&A)에 필요한 대출금을 늘리려고 했다. 이는 테마섹의 보수적인 현금관리방식과는 상반되는 것이다.또한 굿이어가 테마섹 계열사간의 시너지효과를 위해 계열사에 대한 간섭을 강화하려고 했던 것도 전통적으로 계열사에 대한 불간섭 원칙을 가져왔던 테마섹 측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싱가포르의 한 애널리스트는 "싱가포르 기업사회의 반발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는 굿이어의 영입 철회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굿이어의 영입이 무산됨에 따라 실적 악화로 자리에서 물러날 뻔했던 호칭 현 CEO는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됐다. 테마섹은 호칭 CEO의 재임기간인 지난해 4월1일부터 11월30일까지 금융위기 여파로 전체 자산 가치가 31% 감소했다.김기훈 기자 core8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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