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회사는 동물백신만 취급합니다. 신종플루가 처음에 돼지인플루엔자(SI)로 알려져서 저희도 테마주로 묶인 것 같습니다." 신종플루 테마주로 묶인 회사 관계자조차 테마주와 관련이 없음을 인정하는 순간이었다. 그럼 앞으로 사람백신을 개발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는 "없다"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최근 신종플루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국내 감염자가 300명을 넘는 등 불안감이 고조돼 테마주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무턱대고 투자했다간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 실제로 테마주로 급등하는 기업들 가운데 동물백신, 돼지고기 대체재(해산물) 가공기업 등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기업이 절반 이상이다. 언론 보도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신종플루 관련주들의 모습과 달리 업계에선 오히려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대학병원 약사 강 모 씨는 "신약 개발했다고 보도되는 건 전임상 단계"라며 "사람에게까지 적용되려면 5년 이상 걸리는데 국내 기업들이 개발한다며 흥분하기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코스닥업체 관계자도 "주변 바이오 기업을 봤을 때 투자효과가 단기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의아해했다. R&D를 기본으로 꾸준히 투자해야 성과를 보는 바이오관련 산업이 테마주로 자주 등장하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애널리스트들간의 평가는 엇갈린다. 조윤정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신종플루주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것은 조정장세"라며 "신종플루 두려움이 커지는 한 관련 기업의 전망은 밝다"고 했다. 반면 김승한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신종플루 테마주 중에 실제로 타미플루 원료를 공급하거나 백신을 개발하는 기업은 2개 정도기 때문에 모멘텀이 좀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주식시장은 경기나 실적에 선행하기 때문에 실질적 효과가 나타나기 전에 상승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소문만으로 부풀려진 거품은 실적이 나타나지 않으면 한순간에 꺼질 수 있다. 닭을 주니 '일단 잡아먹은' 신종플루 테마 기업들은 언제 오리발을 내밀지 모른다. 테마주로 묶인 기업에 대해 조금만 더 살펴보고 투자하면 속 빈 강정을 물고서 허무해 할 일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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