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올린다(?)'골프에서 첫 라운드를 의미하는 이 말은 원래 조선시대 기녀의 머리를 올려준다는 뜻에서 유래가 됐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예절은 물론 음악과 서예, 그림 등 다양한 분야의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기녀들이 처음 실전에 배치될 때 재력있는 사람들이 이를 기다려 엄청난 돈을 지불하고 첫날밤을 함께 보낸다는 의미이다.기녀로서는 혼인으로 맞는 정상적인 첫날밤은 아닐지라도 이왕이면 인물과 학식, 재력, 더 나아가 마음까지 통하는 상대방을 원하기 마련이다. 이를 위해서는 타고난 미모와 재능은 물론 다방면에 해박한 지식을 쌓는 공부가 필요하다. 그래야 머리를 올릴 때 그만큼 더 격이 높은 사람을 만나게 되고 자신의 등급도 높아진다.골프의 머리 올리기도 마찬가지다. 골프용품을 구입하고 연습장에서 적어도 6개월은 꾸준히 연습해야 골프장에서의 첫 라운드가 가능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바로 훌륭한 스승 밑에서 수련을 거듭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첫 라운드 역시 마치 술을 배우듯이 반드시 윗사람을 모시고 의식처럼 행하는 것이 관례였다.요즈음은 그러나 골프대중화란 미명 아래 약식으로 '머리를 올리는' 경우가 많다. 연습장에서 며칠만 연습해도, 친구나 동료들과어울려서도 스스럼없이 골프장에 첫 발을 들여 놓는다. 사실 스크린골프 등 이제는 아예 도심에서도 쉽게 골프를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격한 교육을 논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일 수도 있다.하지만 이런 손쉬움이 골프의 본질을 퇴색시키고 골프장에 무뢰한(無賴漢) 골퍼들을 등장시키는 그릇된 풍토로 이어지는 아쉬움도 있다. 일부 초보골퍼들은 이미 가장 기본적인 룰과 에티켓 조차 갖추지 않은 채 벙커와 그린을 짓밟고 다니며 골프장을 점령하고 있다. 티 샷은 산탄총 처럼 흩어지고, 앞팀이 플레이를 하는 도중에도 거침없이 샷을 날려 안전까지도 위협한다. 한국골퍼들은 특히 전세계에서 내기를 가장 좋아하는 민족이라는 통계도 나와있다. 일단 골프를 시작하면 땡볕 더위와 폭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벼락이 쳐도 플레이를 중단하지 않는다. 이런 격렬함에 사계절이 뚜렷해 라운드 일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기후여건, 주말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지옥의 부킹난까지 가세해 골퍼들은 한층 열정적으로 변신한다.그래서 초보골퍼들이 머리를 올리기 전에 어떤 형태로든지 룰과 에티켓 교육이 더욱 필요하다. 골프의 스코어는 규칙을 지켜야 의미가 있고, 골프의 즐거움은 다른 플레이어들을 배려하는데서 출발한다는 것도, 내가 격이 높아야 더 격이 높은 상대를 만난다는 것도 알려줘야 한다. 이런 교육은 또 어떤 단체가 나서기 전에 우리들의 '몫'이기도 하다. 하루라도 먼저 골프를 배운 모든 선배들의 '의무'이다.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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