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 'BGI 인수, 손에 땀을 쥐는 긴장의 연속'

최근 미국의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영국 바클레이스 은행 산하의 자산운용 부문인 바클레이스 글로벌 인베스터즈(BGI)를 135억달러에 인수하면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로 부상했다. 겉으로 보기에 블랙록의 BGI 인수는 순조로워 보였지만 인수가 이뤄지기까지 그 이면에는 순간순간이 숨막히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지난 9일 저녁 로렌스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는 BGI 인수와 관련된 세부 내용을 검토하고 있었다. 이 인수가 성사될 경우 블랙록은 운용자산 규모가 2조8000억달러에 달해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가 된다는 사실은 핑크를 고무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런 상황에서 아만다 스테블리가 등장한다. PCP캐피탈 파트너스를 운영하는 그녀는 페르시아만에서 활동하면서 중동 투자자들에게 영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연결해줬다. 스테블리는 지난해 가을 아부다비로부터 35억파운드(57억7000만달러)의 투자를 끌어와 바클레이스에 예치하면서 은행의 신용을 얻게 됐다. 몇 주 전 스테블리와 핑크는 협력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스테블리는 자신이 중동의 국부펀드로부터 수십억 달러를 끌어와 BGI인수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돕겠다고 제안했다. 아부다비와 카타르에 다녀온 후 핑크는 이번 인수 계획의 일부로 스테블리로부터 적어도 20억달러를 받기로 했다. 핑크와 그의 동료들은 10일 오전에 BGI 인수를 공식 발표할 계획이었다. 전날 저녁 핑크는 스테블리를 찾아 최종 서류를 줄 것을 요청했다. 최종 서류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카타르 등 중동 국부펀드로부터 받은 위임장이었다. 그러나 일은 잘못돼가고 있었다. 스테블리가 투자자로부터 위임장을 받아내지 못한 것. 투자자가 누구인지 확실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블랙록에게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블랙록이 일일이 개별 투자자들을 알아보려고 했지만 스테블리는 20억달러의 돈을 쥔 채 그들이 누군지 알려주지 않았다. 블랙록의 관계자들은 9일 저녁 갑자기 돈을 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고 투자은행 페렐라 와인버그 파트너스가 스테블리의 투자자들에게 사정을 해보기로 했다. 카타르 투자청에 전화를 했을 때 스테블리가 그들을 위해 일하고 있지 않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결국 10일 블랙록과 스테블리의 제휴는 깨졌고 블랙록은 어떻게 해서든 12일까지 23억달러의 자금을 구해야 했다. 기한을 맞추지 못할 경우 그들은 앉아서 라이벌이 BGI를 채 가는 모습을 봐야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핑크는 좌절하지 않았다. 그는 여기저기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블랙록의 오랜 주주인 PNC 파이낸셜 서비스 그룹 등에서 돈을 구할 수 있었고 결국 24시간이 채 되지 않아 핑크는 28억달러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같은 숨막히는 과정을 거친 후 결국 블랙록은 BGI를 차지하게 됐고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로 부상하게 됐다. 송화정 기자 yeekin77@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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