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사모님' 선우선이 '다방 레지'로 옷을 갈아입었다. MBC 월화드라마 '내조의 여왕'이 끝나자 마자 선우선은 영화 '거북이 달린다' 개봉으로 정신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광고 출연 요청도 쇄도하고 있고 화보 촬영, 인터뷰 등을 소화하느라 드라마 종영 후에도 여전히 하루에 2~3시간만 자는 빽빽한 스케줄이 이어지고 있다.
'거북이 달린다'는 선우선이 '내조의 여왕'애 캐스팅이 되기 전인 지난해 여름 촬영한 작품이다. 여덟 살이나 어린 후배 정경호(기태 역)와 연인 역으로 출연한 그는 탈주범을 남자친구로 둔 다방 종업원 경주의 복잡다단한 심리를 표현했다.
"우선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었어요. 거기에 김윤석 선배에 대한 믿음도 있었죠. 그렇지만 '거북이 달린다'를 선택한 건 단지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어요. 극중 경주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인물이죠. 그런 캐릭터를 연기해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원래 시나리오에 묘사된 경주는 영화 속 선우선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청순가련형 여인이었던 것. 선우선은 "오디션을 위해 시나리오에 묘사된 경주와 어울리는 캐릭터를 일부러 만들어 보기도 했다"며 "머리카락도 붙이고 긴 치마와 분홍 카디건을 입고 오디션장에 갔을 만큼 캐릭터에 애착이 있었다"고 말했다.
극중 경주는 연기하기 쉬운 인물이 아니다. 구속된 범죄자의 여자친구로서 다방에서 일하며 시골 아저씨들에게 커피와 웃음을 파는 것이 경주의 일상이다. 그러다 갑자기 탈주범이 돼 돌아온 남자친구를 경주는 거부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다. 웃을 수도 울 수도, 그렇다고 무덤덤하게 있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경주는 사랑과 희생을 택한다.
선우선은 "처음에는 경주와 기태의 애정라인이 좀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며 "그러나 '내조의 여왕'을 끝나고 영화를 다시 보니가 왜 절제가 필요했는지 이해가 갔다"고 말했다. '내조의 여왕'에서 선우선이 연기한 은소현은 달수(오지호 분)를 너무 사랑하지만 표현은 극도로 절제하려 애쓴다.
그는 "경주가 사랑을 너무 많이 보여줬다면 숨어 다니는 사람에 대한 사랑이 진심처럼 느껴지지도, 깊이가 보이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조 형사(김윤석 분)과 아내(견미리 분)와 반대되는 모습이 경주와 기태의 관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거북이 달린다'의 경주와 '내조의 여왕'의 소현은 선우선이 연기해온 '상처 입은 내면을 지닌 여자'의 연장선상에 있는 인물이다. 환하게 웃고 있어도 슬픔이 묻어나는 선우선의 눈매는 이러한 인물을 연기할 때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 영화 '오프로드'의 창녀 지수와 '마이 뉴 파트너'의 유리는 선우선의 중량감 있는 연기가 아니었다면 평면적인 캐릭터로 남았을 것이다.
올해는 선우선에게 잊지 못할 한 해로 남을 것이다. '내조의 여왕'으로 대중적인 인기도 얻었고, 영화 '거북이 달린다'와 '전우치'의 연이은 개봉으로 한 해 동안 세 편의 작품을 선보일 만큼 주목할 만한 배우가 되기도 했다. '거북이 달린다' 홍보활동이 끝나면 선우선은 차기작을 찾는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거창한 계획보다는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선우선의 소박한 포부는, 단기간의 성공에 연연하기보다는 연기자로서 지녔던 첫 마음가짐을 지켜나가려는 의지와 다르지 않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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