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왼쪽부터), 봉준호, 류승완
[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박찬욱, 봉준호, 최동훈 등 100명의 영화감독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광부)의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에 대한 조치에 대해 반발하며 긴급 성명서를 18일 오후 발표했다.
감독 100인은 '한예종 사태를 염려하는 영화감독 100인 선언'이라는 제목 아래 "최근 우리 사회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며 "시민이 발언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마저 위축되고 있으며 집회와 표현의 자유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고 현 시국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이어 "일련의 퇴행이 문화예술 관련 행정에서 가장 조급하고 졸렬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며 "작은 정부를 꿈꾼다던 이 정권의 문광부는 이해할 수 없는 관치를 오히려 확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00명의 감독은 "과도하고 그릇된 권력행사의 정점에 '한예종 사태'가 자리하고 있다"고 성명서 발표 배경을 설명하며 ""지난 5월 문광부가 한예종에 대한 감사를 통해 예술과 과학기술을 융합하는 통섭 교육 중지, 이론과의 축소 및 폐지, 서사창작과 폐지, 황지우 총장과 일부 교수들에 대한 중징계 등 12건의 주의, 개선, 징계 처분을 통보해 이에 대한 반발로 황지우 총장이 사퇴했고 학생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고 상세히 덧붙였다.
이들은 "상당 부분 뉴라이트 인사들의 의제에 근거한 것으로 보이는 논리가 자못 부실하고 시대착오적이다. 이론과 실기는 별개가 아니다. 실천에서 이론이 파생되고 그 이론들의 왕래가 실제의 작업을 북돋우는 법이다. 이에 대한 교육의 필요를 선뜻 부정하는 근거가 궁금하다"라며 문광부가 한예종을 실기 위주의 영재교육을 위해 설립된 학교라고 규정한 것에 대해 반발했다.
이어 "저희 영화감독들은 영상원을 필두로 한예종의 각 원에서 배출된 인재들이 한국영화를 얼마나 풍부하게 만들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며 "가만 놓아두어도 잘만 하고 있는, 아니 가만 놓아두었기 때문에 잘 하고 있는 기관에 갑자기 개입해 유린하려는 의도가 도대체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또 "우파 정권이 들어섰으니 우파 총장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 문광부 차관의 말을 반박하며 "황지우가 총장으로 부임한 이래 한예종에 도입한 좌파 정책은 무엇인가?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는 한 문광부는 한 학자의 머릿속을 검열해 숙청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사회적인 상상력과 자율적 감각은 좌나 우 한쪽의 덕목이 아닌 예술과 창작 본연의 가치"라며 "그 근본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이들에게 낡은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 단죄하고 처형하는 작태는 마치 바우하우스의 예술가들에게 공산주의자 딱지를 붙이며 독재의 기반을 다지던 과거 독일의 나치를 떠올리게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감독 100인은 마지막으로 "완장과 명찰의 정치를 예술과 학문의 영역에까지 끌어들이지 말라"며 "예술과 학문은 정권의 전리품이 아니다. 한국영화에 균형 잡힌 교육을 받은 인재를 공급해 달라. 새 시대의 미학으로 무장한 젊은 예술가를 보내 달라. 左(좌)파도 右(우)파도 필요 없다. 시대에 뒤떨어진 後(후)파도 말고, 그저 앞서 가는 前(전)파면 된다"고 성명서를 마무리했다.
다음은 성명서를 발표한 감독 100인의 명단.
강이관, 강철우, 강형철, 공수창, 구자홍, 김경형, 김대승, 김성수(야수), 김용화, 김은숙, 김영남, 김정권, 김종관, 김종현, 김지운, 김진아, 김태식, 김태용, 김태윤, 김태희, 김한민, 김현석, 나홍진, 류승완, 류장하, 모지은, 문승욱, 민규동, 민병훈, 박광현, 박규태, 박은형, 박진표, 박찬욱, 박흥식(인어공주), 방은진, 백승빈, 변영주, 봉만대, 봉준호, 부지영, 손재권, 손현희, 송일곤, 송해성, 신동일, 안상훈, 양익준, 양해훈, 오기현, 오승욱, 용이, 윤성호, 윤재연, 윤종빈, 윤종석, 윤태용, 윤인호, 이경미, 이계벽, 이무영, 이미연, 이송희일, 이수연, 이언희, 이우철, 이윤기, 이정범, 이정욱, 이종용, 이철하, 이해영, 이해준, 이형곤, 임순례, 임찬상, 임창재, 임필성, 장문일, 장준환, 장항준, 장훈, 전계수, 정길영, 정범식, 정식, 정연원, 정윤철, 정재은, 조근식, 조민호, 조의석, 조진규, 조창호, 최동훈, 추창민, 하기호, 허진호, 한지승, 허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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