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맞춤식 파격지원...위기때마다 구원등판

[금융공기업이 뛴다] IBK기업은행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곳곳의 실물지표들이 개선 조짐을 보이고, 금융시장도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지만, 불확실성의 그늘은 여전하다. 넘쳐나는 시중 부동자금이 증시와 부동산으로 유입되면서 들썩이지만, 자금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여전히 배가 고프다. 그래서 다시 금융공기업이다. '신(神) 직장'이란 오명을 안고 살지만 외환위기, 카드대란 등 한국경제의 주요 변곡점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것도 금융공기업이었다. 연초부터 실물 지원의 선두에 섰던 금융공기업들이 이제는 구조조정 등 경제 체질 개선 임무까지 맡았다. 12.3% → 39% 국내은행권이 작년 상반기와 올해 중소기업에 공급한 신규자금에서 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낸 숫자이다. 이는 국책은행으로서 '경기조절' 기능을 담당하는 기업은행의 존재 이유를 상징한다. 정부도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축소를 우려해 기업은행 민영화를 연기시켰다. 기업은행은 과거 위기때마다 중소기업들의 '젖줄' 역할을 해왔다. 대표적인 경우가 신용카드 대란때다. ◆위기때마다 구원 등판= 카드대란 직후인 2004년 한해 중소기업에 4조4000억원(원화대출 기준)을 새로 공급했는데, 당시 은행권 전체의 연간 순증(純增) 규모가 5조9000억원이었다. 전체 순증액의 74.6%를 담당한 셈이다. 이듬해인 2005년에도 은행권 전체 중소기업 원화대출 순증액 11조9000억원의 절반 이상인 6조6000억원을 기업은행이 맡았다. 경기가 회복국면에 접어들자 기업은행의 역할도 축소됐다. 2007년에는 은행권 순증액의 13.3%만 공급했고, 작년 상반기에는 12.3%로 더 줄었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수면위로 본격 부상하면서 기업은행이 다시 등판했다.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이 급격히 줄어들자 기은의 비중이 높아진 것이었다. 작년 하반기 은행권의 중기대출 순증액의 26.4%를 담당한데 이어 올해 3월과 4월에는 각각 35.9%, 38.9%로 높였다. 경기 순응적 금융지원이 아닌 경기 조정적 지원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유상정 기업은행 여신기획부장은 "경기호황기에는 경기가 과열되지 않도록, 경기침체기에는 우량기업까지 도태되는 일이 없도록 자금지원을 적절히 조정, 중소기업의 경영안정화와 대출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기 지원 패러다임 '선도'= 윤용로 기업은행장은 지난달 초 파격 선언을 했다. 경기침체 지속으로 은행권의 대규모 이익급감이 현실화되고 있던 상황에서 중소기업 대출금리 인하라는 초강력 카드를 커내든 것이다. 기업은행은 4조원 한도에서 신ㆍ기보 등 보증기관의 보증비율이 100%인 대출은 자동적으로 1%포인트씩 금리를 낮추고, 보증비율 85%이하 100% 미만일 경우에는 0.5%포인트씩 감면했다. 기존에 최고 21%였던 대출 연체금리를 최대 3%포인트 낮췄고, 어음할인료도 2조원 한도에서 각각 1%포인트씩 내렸다.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금리를 인하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중소기업 대출 금리라는 일종의 '불가침' 영역을 파고든 것은 기업은행이 처음이었다. 중소기업들에게 피부로 와닿는 지원을 해야한다는게 기업은행의 판단이었다. 기업은행은 당초 올해 중소기업 대출 목표치였던 32조원(순증액 12조원)도 초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3월말까지 총공급액의 31.3%인 10조원의 지원이 이뤄졌다. 기업은행은 또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뿐만아니라 신용등급이 낮더라도 지역본부장 또는 영업점장이 추천한 우량기업은 사전 여신한도를 설정하고 영업점장은 현장에서 즉시 대출 결정하는 지원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키코(KIKO) 피해업체나 공장 등 부동산 매각이 어려워 유동성 지원이 필요한 기업은 신속지원(Fast Track) 프로그램을 적용한다. 국책은행의 특성상 다른 은행보다 워크아웃을 통한 회생절차 지원도 많다. 지금까지 워크아웃 진행기업 중 60%가 회생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은행 설립 목적인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요람에서 요람까지'를 기치로 창업부터 가업승계까지 지원하는 맞춤은행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공헌활동도 왕성= 금융공기업에 '신(神)의 직장'이라는 오명이 따라붙은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기업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올해초 은행장 연봉을 51% 삭감하고, 임원들의 기본급도 평균 40% 줄였다. 본부부서장들과 지점장들도 총 급여의 5%를 반납하고 있다. 사회공헌활동도 활발하다. 기업은행은 올해도 12억6000만원을 사회공헌활동비로 책정했다. 작년 당기순이익의 1%와 임직원 급여 끝전 등으로 마련된 재원이다. 경기침체 여파로 순익이 줄고, 임직원 급여 반납 등이 이뤄지면서 작년에 비해 예산이 줄었지만, 봉사 기부 장학사업 등 분야를 다양화해 고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매칭그랜트'방식으로 결식아동 후원, 중소기업 근로자 자녀 장학금 수여 등 새로운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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