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 학생 ‘세계 최초 프린트자판기’ 개발

독어독문학과 양해운 학생, 돈 넣으면 인쇄 되는 ‘큐브’ 캠퍼스에 첫선

프린트자판기 '큐브' 앞에 선 개발자 양해운 씨.[디트뉴스24]

충남대학교 학생생활관 1층엔 자판기를 닮은 빨간색 기계 2대가 눈에 띈다. 세계 최초의 멀티프린트자판기인 ‘CUBE(큐브)'다. USB 등 이동저장장치를 이용하거나 홈페이지(www.cube.co.kr)에 접속, 파일을 다운받아 출력할 수 있는 인쇄자판기다. 기기에 돈을 넣고 프린트할 수 있는 건 ‘큐브’가 세계 처음이다. 국내 특허(2007년 4월)를 따냈고 국제특허도 출원했다. ‘규브’개발자는 이 대학을 다니는 독어독문학과 전공의 양해운(27·2003년 학번)씨. 그는 "과제물 등 인쇄를 위해 PC방이나 복사실로 뛰어다니던 대학생들의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해 '큐브'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큐브는 충남대 학생생활관과 대학 부근의 궁동에 2대씩 설치돼 있다. 출력비용은 한 장당 흑백 40원, 컬러 400원으로 PC방이나 복사실(흑백 50원, 컬러 500원)과 크게 차이 나지는 않지만 원할 때 언제든지 편하게 쓸 수 있어 학생들 발길이 느는 추세다. ‘큐브’개발자인 양씨는 현재 휴학생 신분이다. ‘큐브’사업에 열중하기 위해서다. 학과의 남자동기생이 지난 2월 마지막으로 졸업했지만 그는 올 가을 학기 또는 내년 봄 학기 때 3학년으로 복학할 예정이다. 인문학을 전공하고 있음에도 어릴 때부터 컴퓨터에 관심 많았던 그는 대학 1학년을 마치고 입대(육군 3사단)하면서 ‘자판기형 프린터’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다. 제대할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 휴가 때 짬짬이 아이디어를 특허로 성사시키기 위해 ‘아는 형’들과 의기투합해 ‘(주)풍자’란 회사를 차렸다. 그런 과정에서 만난 사람이 ‘풍자’의 정용주 대표이사(33)와 강민구 영업실장(33)이다. 두 사람은 충남대 부근에서 컴퓨터 및 PC방 사업을 했던 경력을 갖고 있고 기획실장을 맡은 양씨는 정 대표의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 있다. 양씨는 제대 후 2006년 9월부터 본격 개발에 나서 지난 달 15일 첫 제품을 선보였다. 투자된 돈은 2억 원에 가깝다. ‘자판기에서 출력할 수 있으면 편할 텐데’란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 이렇게 커져버렸다. 자판기 안에 컴퓨터와 프린터만 넣으면 될 것으로 봤지만 넘어야할 산이 높았다. ‘큐브’가 실전에 배치되면서 생각지도 않은 오류들이 생겨 지난 20여일을 프로그램 수정과 업그레이드에 밤을 새웠다. 제품화에 2년7개월이란 시간이 걸린 것도, 다른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실천에 옮기지 못한 이유도 수 많은 날을 컴퓨터와 씨름한 뒤에야 알았다. 더욱이 의기투합한 3명 모두가 컴퓨터 비전공자여서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었다. ‘큐브’가 설치된 지 한 달 남짓 됐지만 입소문을 타고 학교 안팎으로 퍼져나갔다. 회사홈페이지엔 12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했고 ‘함께 사업을 해보자’는 기업들의 제의도 몰려들고 있다. 심지어 이름 있는 서울의 대기업들까지 접근할 정도다. 광주와 서울지역 대학들에도 ‘큐브’ 설치가 추진 중이다. 양씨의 자판기프린터 개발은 ‘학생들이 보다 편하고 싸게 출력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하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돈 벌기도 중요하지만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이 값싸게 출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그의 목표다. "사업 초기라 다소 힘은 들지만 전망이 매우 밝다"고 말하는 양씨의 얼굴은 밝다. 또 다른 도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쇄종이에 광고를 넣으면 공짜인쇄도 가능해요. 이 부분에 특허도 받아 놨습니다. 지금은 ‘큐브’개발로 빚도 있지만 사업이 나아지면 규모도 키우고 학생들이 마음껏 출력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출 겁니다.” 양씨는 대전시공무원인 양권준(53) 씨와 이용순 씨(53)의 1남 1녀 중 맏이로 대전서 태어나 만년중, 만년고를 나와 충남대에 입학해 지금에 이른다. 왕성상 기자 wss4044@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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