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범수 기자의 팜토크] 이희열 바이엘쉐링 아태지역 대표가 한국 정부를 비난하는 말을 했다가 이를 취소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한국에 R&D 센터를 유치하려고 정부에 문의했는데, 반응을 보이지 않아 계획이 무산됐다는 말이었다.
정부의 무사안일 행정 때문에 좋은 투자유치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공방 끝에 바이엘쉐링측이 "한국 정부에 그런 문의를 한 적이 없다"고 시인하면서 논란은 일단락 됐다.
거대 다국적제약사의 대표가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일국의 정부를 비난하고 "사실이 아니었다"고 발뺌하는 것은 참으로 보기 껄끄러운 장면이다.
게다가 이희열 대표의 발언을 언론이 잘못 해석해서 생긴 오해인 듯 포장하려는 것도 황당해 보인다.
하지만 다국적제약사의 생리를 대충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한국 특허법원이 그들의 특허가 무효라고 판결하면 "한국 특허제도가 후진적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건강보험공단이 그들의 약을 보험에서 인정해주지 않으면 "선진적 혁신성을 이해 못하기 때문"이라고 투덜거린다.
하다못해 그들의 '훌륭한' 약이 시장에서 한국 제약사에게 밀리기라도 하면 "한국업체의 질낮은 영업관행 때문이지 우리 약이 나빠서가 아니다"고 '실제로' 믿는다.
그들이 유일하게 한국을 인정하는 경우는 '약값'을 논할 때 뿐이다.
자신들의 약을 한국에 들여올 때 일정 수준의 가격을 요구하며 "한국은 OECD 가입국이므로, 이 정도의 가격은 감당해야 한다"고 치켜 세운다.
하지만 이런 의견은 어디까지나 '사석'에서 '오프 더 레코드'를 전제로 이루어지는 것이지, 한 회사의 대표가 공식석상에서 말하는 그런 종류의 것은 아니다.
이번 해프닝으로 이희열 대표가 언론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몰아 세울 일만은 아닌 것 같다.
그의 치기 어린 불만은 그의 훌륭한 회사가 한국시장에서 수준 낮은 제약사들과 후진적인 시스템 때문에 업계 29위에 머물고 있음에 대한 조급함의 표현일 수 있어 동정심을 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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