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회의에서 기축통화 대체론을 둘러싼 국가들간 팽팽한 대립이 가시화될 조짐이다.
신흥강대국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 중심의 달러화 기축통화체제가 개편돼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반면 다른 국가들은 새로운 기축통화에 대한 논의를 벌이기엔 아직 이르다는 의견이기 때문이다.
우선 달러화 대체를 주장하는 중국과 러시아는 지금은 달러기축통화체제로부터 벗어날 때라며 계속해서 국가들을 설득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 총재인 저우샤오촨(周小川)은 지난 24일 “달러의 대안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을 공용통화 만들자”고 제안해 본적적인 달러 공격에 나섰다. 중국은 최대 외환보유국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국제통화기금(IMF)와 같은 주요 금융기구들도 압박하는 중이다.
러시아도 노골적으로 이번 G20회의에서 달러의 대체통화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 기축통화는 이미 위기 관리 능력을 상실했다”며 “달러화가 기축통화로 남는 이상 침체는 심화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소집된 G20회의에서 기축통화에 관해 상의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 다른 국가들의 태도다. 미국 금융시스템이 경기침체를 촉발한 것은 사실이나 기축통화 논쟁으로 안정을 찾고 있는 금융시장을 다시 혼란에 빠드리고 싶지 않은 것이 국가들의 심중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기축통화논쟁은 국가 정상들만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며 “금융시장을 회복시키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직도 달러가 가장 안정적인 기축통화임을 부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IMF의 SDR이 가장 유력한 달러 대체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제연합(UN)의 보고서에 따르면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 스티글리츠는 SDR이 기축통화가 되면 이는 세계금융시장이 안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체기간도 12개월이면 충분하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문제는 기축통화 대체론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반면 기축통화국이 부담해야하는 책임은 모두 회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같은 기축통화국이 되면 국가는 막대한 화폐주조차익을 노릴 수 있지만 화폐 가치를 일정 수준 유지시켜야 하는 책임이 있다. 이는 평가절하 환율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중국의 입장과 반대돼 중국이 과연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내세울 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보경 기자 pobo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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