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09학번 새내기 '우리에게 진정한 자유를 달라'

[20대 그래도 희망을 쏜다]<9>자유, 두렵지만 기대되는 가치. 만끽하고 싶다. 수동적인 사고에서 탈피하고픈 욕구 나를 찾는 연습이 중요 이제 막 대학생활을 시작한 새내기들. 20대 초입에 들어서면서 달라진 일상에 혼란기를 겪고 있다. 시키는 대로만 살아왔던 지난 시기를 보내고 스스로 삶을 꾸려간다는 자유는 기쁨이자 두려움이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는 '희망의 싹'을 그들과의 만남에서 엿볼 수 있었다. 새내기들이 만나고 있는 세상을 들어보자.

[사진] 새내기들과 복학생 1인 (왼쪽부터) <br /> 김동민 (남ㆍ21ㆍ국제학), 조경은(여ㆍ20ㆍ국어국문전공 예정), 김유영(여ㆍ19ㆍ경영전공 예정), 원준석(남ㆍ19ㆍ국사학), 최현규(남ㆍ24ㆍ사회학ㆍ복학생)

◇넘쳐나는 시간들..지금은 방황 중 현규: 대학에 들어와 보니 어떤가요? 예전보다 시간을 자유롭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요즘 어떻게 지내고들 계시는지요? 준석: 휴~ 막상 시간이 많아지니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차라리 학과 수업이 다 짜져있었던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마저 든다니까요.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걸 잔뜩 기대했는데 솔직히 시간활용 못할까봐 걱정이 되요. 알차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은 간절합니다. 동민: 스스로 찾아서 무엇을 한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습니다. 그래도 주변을 보면 꼼꼼한 친구들은 알아서 척척 잘 해내는 것 같습니다. 우연히 학교에서 진중권씨 강연을 들었는데 고등학교 때 못 들어본 강연이라 신선했어요. 대학 들어온 느낌도 나고요. 유영: 저는 수능이 끝나고 시간이 남기만 하면 컴퓨터 모니터 앞에 오래 앉아있는 게 버릇이 됐어요. 그 안 좋은 습관이 계속되고 있어 고민입니다. 선배들의 시테크 멘토링이 필요한 것 같아요.
◇사회가 말하는 자기계발? 강요받는 느낌이다. 현규: '경쟁', '성공'. 우리가 너무나도 많이 듣는 단어입니다. 소위 추구해야할 가치라고 강조하는 말인 듯 들립니다. 사실 요즘 20대 취업난이 너무 심각해 그런 분위기는 더 짙은 것 같은데요. 지금 20대들, 자기 계발서를 탐독하고 경쟁력 갖추려고 아등바등 분주하게 살아갑니다. 혹시 새내기인 여러분도 벌써부터 그런 압력을 받고 있나요? 준석: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이야기가 대학생 되면 우선 영어회화, 제2외국어, 자격증은 기본이라고 합니다. 모두가 갖출 수밖에 없는 스펙이라는 것들이 있어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죠. 동민: 주로 취업 어렵다, 스펙 높여야 한다는 식의 말들이 사회에서 강조되는 측면이 큰 것 같아요. 꼭 그런 게 아니고 다른 길을 찾는 사람들도 있는데 자꾸 그런 이야기를 접하다보니 원하지 않는 사람까지 그런 시류에 쏠리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경은: 사실 대학생활이 보름을 갓 지나서 취업문제가 실감나진 않는데요. '고시 공부를 한다, 입사 서류를 낸다'며 바쁘고 긴장된 생활을 하는 선배들을 보면 신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나중에 어쩔 수 없이 저런 과정을 나도 거치겠구나' 하는 막연한 불안감도 듭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우리보다 솔직히 주변 어른들이 더 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다 똑같이 살아가는 것 같아 답답해요. 준석: 학교 지원자체가 경영학 분야에만 집중돼 있습니다. 순수학문을 장려해야하고 인문학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하지만 말 뿐인 느낌이죠. 인문분야에서도 여러 방면으로 기업 서류를 넣을 수 있는 심리학이 인기가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영문, 중문도 문학보다는 어학에 많은 비중이 치중돼 있고요. 모두 취업만을 위한 학습이 강조돼 아쉬움이 참 많습니다.
◇사회참여의식 없다? NO! 있다! 현규: 이렇게 생각이 많은 새내기들에 대해 "어린 친구들은 의식이 없다" 혹은 "너무나 비 정치적인 게 문제다"라는 의견도 많은 것 같은데요. 어떻게 생각하나요? 동민: 지금까지 수능을 위해 준비한 삶을 살면서 사회문제는 강 건너 불구경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지난해 쇠고기 파동 때 고등학생들이 집회에 참가 했는데 재수할 때 다닌 기숙학원에서는 '수능평균이 내려갈 것이다'라고 해서 많은 학생이 좋아했어요. 그러면서 집회에 참가한 친구들이 생각 없는 학생들로 비춰지기도 했습니다. 준석: 전 사회운동에 관심이 있는데요. 사실 대학 내 운동문화가 많이 줄었고 '나먹기 살기 바쁜데 무슨 운동 이냐'라고들 합니다. 그래도 공동체 문제는 자기문제로 돌아온다고 생각하는데요. 실제로 등록금, 교육 문제 같은 경우 모두 우리 문제 아닌가요? 동민: 학내 운동권을 너무 매도하는 측면이 있는 건 인정합니다. 그런데 뭔가 공공적인 이야기를 하는데도 진심이 통하지 않는 부분도 보여요. 방법의 문제일까요? 좋은 취지라 참여하고 싶어도 사실 그런 문제 때문에 꺼려질 때도 있습니다. 경은: '용산참사' 때 뉴스에서 보면 사건 관계자들이 모두 자기잘못이 아니라고 했어요. 솔직히 너무 화가 났습니다. 국민 모두가 보고 있는데 제대로 진실규명하고 사과하면 되는데 해결의지는 없고 잘못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거든요. 제가 대학생이 되기 전이라면 관심 없어했을 문제도 이젠 조금 민감하게 받아들여집니다. 오진희 기자 valere@ 특별취재팀-박충훈, 김효진 안혜신 오현길 임혜선 박형수 박소연 나주석 김경진 김철현 조해수 김보경 이솔 김준형 김현준 최대열 오진희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건설부동산부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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