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1년이 흘렀다' 지난해 3월 지분 매각 소식이 전해질 때 만해도 뭔가 될 줄 알았다.산업은행은 매각 의욕이 넘쳤다.대우조선에 '군침'을 흘리던 대기업들도 '기회'라며 달려들었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 파고와 무리한 가격 책정 등으로 한화그룹이 지난 1월 '발'을 빼면서 대우조선 매각은 10개월만에 '닻'을 내렸다.이 과정에서 매각 참여자들은 모두 상처를 입었다.대우조선과 산업은행은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으며 한화는 신 수종사업을 찾아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그리고 2개월이 흘렀다.인수에 나섰던 는 ▲사업 통폐합 ▲자산매각 ▲기업공개(IPO) ▲신사업 육성 카드를 꺼내 들었다.산은 역시 인사와 조직쇄신을 통해 전열을 재정비하고, 대우조선 재매각에 불을 댕기고 있다.대우조선은 지난해 '매출 10조, 영업이익 1조원'을 바탕으로 올해 매출 13조원을 달성, 조선분야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희망을 키우고 있다. ◆'희망'으로 출발한 대우조선 매각= 산은이 대우조선 지분매각 계획을 발표한 것은 지난해 3월.이후 5개월뒤인 8월 포스코와 GS홀딩스, 한화, 현대중공업이 예비입찰서를 제출하면서 본격적인 매각협상은 시작됐다.특히 10월초 포스코와 GS홀딩스가 손을 잡으면서 '게임'은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두 회사의 '밀월'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나흘뒤인 13일 GS는 돌연 컨소시엄 파기를 선언했다.당황한 쪽은 포스코와 산은.특히 산은은 고심끝에 '형평성'을 들어 GS와 컨소시엄에 나섰던 포스코 카드를 버렸다.이로써 대우조선 인수는 한화와 현대중공업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그리고 한 달뒤 산은은 한화를 대우조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하지만 양해각서 체결후 실사기간을 넘기면서 양측간 매각작업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민유성 산은 행장은 올 1월초, 한화 자산을 인수하겠다며 새로운 제안을 했다.한화 자산을 살테니 그 돈으로 대우조선 인수에 나서라는 것. 민 행장의 이같은 제안은 한화의 자금조달 계획서를 산은이 다시 '퇴짜'를 놓으면서 꼬이기 시작했다.한화는 반발했고, 14일 마지막 카드로 분할매각안을 산은에 제의했다.대우조선의 덩치가 크니, 분할해서 인수하겠다는 것.이에 대해 산은은 현실성이 없다며 일축했다. 산은은 결국 19일 매각위원회를 열어 최종 매각 결렬의사를 확인했다.그리고 사흘뒤인 22일 정인성 산은 부행장은 매각 결렬을 공식 발표했다.이로써 지난해 10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후 진행된 한화와 산은간 매각작업은 '없던 일'로 됐다. ◆상처로 얼룩진 '매각' 실패=대우조선 매각 불발로 산은, 한화, 대우조선 등 3개 주체들에 모두 '상처'를 안겼다.산은은 한화와의 매각협상으로 매각가격이 노출되면서 재 매각시 가격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특히 최근 경기침체로 대우조선 매각가격이 3조원대까지 밀렸다는 분석이다.산은은 재매각 추진에 따른 인적, 물적 소요비용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매각자금 조기회수 또한 물건너간 상태댜. 한화 역시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에 차질이 생겼다.당장 2017년 매출 100조원 달성이 불투명해졌다.대우조선을 통한 35조원 가량의 해외매출 부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특히 한화는 대우조선 인수 실패에 따른 신성장동력 확보도 서둘러야 한다. 대우조선 또한 매각 실패의 충격이 컸다.당장 매각작업에 매달리면서 경영은 차질을 빚었다.더 큰 문제는 재매각이 진행될 경우 이같은 시행착오도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 것.매각 소문이 확산되면서 기업의 대외이미지와 신인도 등도 실추됐다. ◆전열 '재정비'에 나선 매각 주체들=2월18일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김승연 회장을 비롯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속속 모습을 보였다.올해 '경영전략회의'를 논의하기 위해서다.예전 같으면 벌써 끝냈어야 할 회의지만 올해는 세계 경기침체에다 대우조선 인수전에 매달리면서 늦어졌다. 한화는 이날 회의에서 대우조선 인수 포기에 따른 후유증 최소화에 초점을 맞췄다.우선 유사ㆍ중복사업은 통폐합하기로 했다.또 비영업자산 등은 서둘러 팔기로 했다.대한생명 등 비공개 기업의 상장작업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한화는 아울러 대우조선 인수 실패에 따른 대체 사업 육성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산은은 더욱 발빠르게 움직였다.대우조선 매각협상 결렬후 1주일만인 1월29일 민유성 행장은 전체 본부장의 절반 가량을 새 인물로 갈아치웠다.대우조선 매각 불발로 가라앉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국면전환용인 셈이다.특히 민 행장은 대우조선 매각을 추진해 온 한대우 M&A실장을 기업금융본부장에 중용해 관심을 끌었다. 대우조선은 지난 2월9일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팀장급 이상 직원들이 모였다.이 자리에서 남상태 사장은 "(매각 실패로 어려움이 있지만) 제가 앞장설 테니 함께 어깨동무하고 나아가 세계 1위라는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자"고 말했다.대우조선 임원들은 1주일전인 2월초에도 모임을 갖고, 한목소리로 단합을 촉구했다. 대우조선은 특히 올해 13조원의 매출을 올려 세계 1위에 등극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대우조선은 지난해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며 삼성중공업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대우조선 '재매각' 어떻게=대우조선 매각이 조기에 가시화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수 조원을 쏟아붓는 인수합병(M&A)에 나설 기업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분할매각이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정인성 산은 부행장도 지난 1월22일 매각협상 결렬 기자회견에서 "대우조선은 가격면에서 큰 덩치임에는 틀림없기 때문에 다른 기술적인 접근이 가능하지 않은지 다각도로 모색해볼 것"이라며 분할매각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정부가 최근 공적자금 투입 38개기업의 지분을 해외에 파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해외매각도 힘을 얻고 있다.하지만 기술유출과 '먹튀' 논란이 큰 걸림돌이다.이에 따라 일부 지분만 해외에 파는 분할매각안도 나오고 있다.대우조선 대주주 지분 51%(산은 31%, 캠코 20%)중 20%선인 10%를 중동 국부자본 등에 매각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이주량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매각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산은은 분할매각 여지까지 열어놓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희박하며, 대우조선의 사업구조상 해외에서 매수자를 찾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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