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욱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5일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단기외채 상환에 부족하다는 일부 외신들의 지적에 대해 “외환보유액 현황 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과도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허 차관은 이날 오전 SBS라디오에 출연, “2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2015억달러 수준이고, 단기외채와 유동외채를 합치면 1900억달러 정도 되나 그중 400억달러는 조선업계나 해외 펀드 투자의 환헤지용이어서 실제론 갚을 필요가 없는 자금이다”며 이 같이 밝혔다.
특히 허 차관은 “외환보유고 외에도 미국, 일본, 중국 등과 각각 300억달러씩 총 9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했고, 은행이나 민간 기업에서도 외화를 빌려오고 있어 (외화유동선 문제를)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외환보유액의 ‘마지노선’이 2000억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진데 대해선 “외환보유액에 달러뿐만 아니라 파운드, 유로화 등도 함께 포함돼 있어 환율 변동에 따라 그 수준이 바뀔 수 있다”며 “외환시장에서 행동할 때 2000억달러 수준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허 차관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원달러 환율의 급등 현상과 관련,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서라면 외환보유액 2000억달러를 지키는데 연연하지 않겠단 의미로 해석돼 주목된다.
허 차관은 “기본적으로 환율은 경제 펀더멘털과 시장 수급을 반영해야 한다. 인위적으로 움직이면 부작용이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환율은 24시간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때로는 과도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있다. ‘쏠림’ 현상이나 투기적 요인이 있을 땐 언제라도 시장에 들어가 ‘스무딩’하는 활동을 하겠다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허 차관은 ‘외환당국이 지난 이틀간 15억달러 규모로 시장에 개입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사회자가 전하자 “그 문제에 대해선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허 차관은 또 최근의 ‘엔고(高)’ 현상에 대해선 “엔화로 대출받은 분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건 알고 있지만, 조선·반도체·자동차 등 일본과 직접 경쟁을 하는 분야에선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어 ‘양날의 칼’이 아닌가 본다”고 말했다.
한편 허 차관은 정부가 1가구 다(多)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완화 문제와 관련해선 “과거에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던 시기에 투기 억제를 목적으로 과도하게 조정된 부분이 있다”며 “관계 부처와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 거래 현황 등을 신중히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가계부채 현황과 관련해선 “현재 가계부채의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소득 1분위 등 부유층의 부채 증가가 많아 아직은 괜찮은 수준이다”고 말했고, 재정부 직원들의 임금 자진 반납 문제에 대해선 “반납률은 자율적으로 결정할 것이고, 한 달에 3000만~4000만원 정도를 모아 주변 복지관의 직원 고용 등에 지원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장용석 기자 ys41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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