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광주2공장 가동중단 배경과 전망
5개월치 재고누적…다른 선택카드 없었다
기아차가 스포티지를 생산하는 광주2공장에 대해 3일부터 전격 가동중단에 들어가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고물량을 해소하기 위한 최선책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광주공장 안팎에서는 경유값 인상 등으로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국내외에 쌓인 스포티지 재고물량이 5개월치가 넘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광주2공장은 지난 1월말부터 한달넘게 야간조업을 중단했으며, 추가로 지난달 25일부터 주간조업도 라인가동을 멈춘 상태다. 기아차는 당초 지난달 26부터 27일까지 이틀간만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었으나 재고조절을 위해 하루를 더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침체된 내수와 수출 모두 여전히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일시감산조치만으로는 재고량 해소 효과를 얻지못한다는 판단하에 노사가 전격적으로 가동중단이라는 카드를 선택했다.
결국 지난 2004년 8월 광주공장에서 양산을 시작한 스포티지 생산라인이 처음으로 장기간 멈춰서는 상황을 맞게 된 것.
누적생산량 60만대에 이르는 스포티지는 연간 15만대 이상의 생산량을 꾸준히 유지했으나 지난해 말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지난해 생산량은 11만6000대로 뚝 떨어졌고 심지어 지난 1월 생산량은 3100대에 그쳤다.
기아차는 가동중단의 표면적인 이유를 노후설비 교체로 내세웠지만 예상보다 경기가 빠르게 침체되면서 국내외 자동차 수요가 더욱 급감할 것이라는 예측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기아차가 만만찮은 비용부담을 떠안으며 계속해서 차량을 생산하는 것은 최악의 경우 광주공장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는 공감대가 노사 모두에 형성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전반적인 자도아업계 상황도 현대차가 주력 차종인 그랜저나 쏘나타 공장마저 최근 가동 중단에 들어갈 수밖에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는 것도 한몫 한 것으로 풀이된다.
광주공장 관계자는 "3월과 4월 예정된 두차례의 가동중단을 통해 1만8000대(하루 600대 생산 기준)의 감산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물경제 침체가 해소되는 시점이 여전히 안갯속인 상황에서 설비교체를 이유로 실시한 조업중단이 얼마큼 효과를 얻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이같은 비상경영체제를 언제까지 유지해야 할지가 불확실하다는 점도 지역사회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특히 한달여 예정된 기아차의 조업중단으로 일감이 사라진 협력업체를 비롯한 지역산업계 전반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여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지역 중소 부품업체의 경우 기아차의 가동중단은 곧바로 주문감소로 이어지고, 생산량 조절이 불가피한 업체 입장에서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수많은 실업자 양산을 예고하고 있다.
하남산단의 한 부품업체 대표는 "대기업의 감산은 협력업체를 비롯한 지역 제조업체 전반에 직격탄을 날려 생산성 악화와 실업대란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광남일보 박영래 기자 young@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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