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집으로 가는 길'(사진 위), SBS '스타의 연인'
[아시아경제신문 황용희 기자] 착한 드라마는 안되는 것일까?
KBS가 '정통 홈드라마의 귀환'을 내걸고 시작한 일일극 '집으로 가는 길'(극본 이금림, 연출 문보현)과 SBS 수목드라마 '스타의 연인'(극본 오수연, 연출 부성철)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집으로 가는 길'은 3일 시청률이 20.7%에 머물렀고, '스타의 연인'은 지난달 29일 시청률이 8.1%를 기록했다.
항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일일드라마 왕국'이란 명성을 유지하던 KBS는 당황하고 있고, 최지우 유지태라는 걸출한 스타를 앞세운 SBS로서는 낭패가 아닐수 없다.
그럼 왜 안뜨는 것일까?.
결론은 두 드라마 모두 '착한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집으로 가는길'은 흥행요소를 '추억' '재회' '사랑' '이별' '상처' '그리움' '희망' 등 우리들의 일상속에서 찾고 있다. 박근형 반효정 장용 윤여정 한진희 이보희 등 중년 연기자들을 중심으로 가족의 소중함, 부모와 자식들간의 소통, 부부간의 따뜻한 사랑과 위로 등을 그려가고 있다. 기존의 시청률 높은 드라마들이 안고 가는 '출생의 비밀' '불치병' '복수'등은 찾아볼 수 없다.
'막장드라마'라는 비난속에서도 40%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SBS '아내의 유혹'이나 KBS 일일드라마로 역시 40%이상의 시청률을 올린 '너는 내운명'과는 구성자체가 다르다. '아내의 유혹'에는 '복수'라는 소재가 있고, '너는 내운명'에는 '출생의 비밀'과 '불치병'이 등장했다. 주말드라마에서 치열한 시청률 경쟁을 펼치고 있는 KBS '내사랑 금지옥엽'에도 어김없이 '출생의 비밀'과 '혼전임신'등이 주 소재다.
'집으로 가는 길'에서의 '독한 코드'(?)라면 70대 아버지와 50대 아들로 등장하는 박근형과 장용간의 갈등, 그리고 장용과 그의 아들인 민수(심형탁)간의 고뇌가 고작이다.
연출자인 문보현 PD도 드라마 제작 발표회에서 "'집으로 가는길'은 부모님을 생각하며 만든 드라마"라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 안고 부대끼며 화해해가는 드라마가 될 것이다. 특히 아버지와 아들의 소통문제가 주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스타의 연인' 역시 복수도 없고,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선악도 없다. 등장 인물들은 절대악도, 절대선도 아니다. 최지우나 유지태는 물론 악역으로 등장하는 매니저 성지루도 악인같이 보이지 않는다. 이 드라마에서 긴장감이라고는 최지우와 매니저인 성지루와의 갈등, 새롭게 나타나는 최지우의 옛애인의 등장 등이 고작이다.
최지우와 유지태의 애틋하고 순수한 사랑만이 지속적으로 이어진다. 스타와 시간강사의 사랑이라는 내용은 이미 영화 '노팅힐' 등지에서 맛본 내용이다. 그저 착한 드라마다.
이들 드라마 모두 선악이 없으니 갈등구조도 미약하고, 갈등구조가 미약하니 시청률도 안오른다. 역설적으로 '독한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이다.그러다보니 내일봐도 되고, 오늘봐도 되는 드라마가 되어 버렸다.
따라서 이들 두 드라마의 시청률이 오르기 위해서는 '독한소재'에 중독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위해 '독한 소재'를 삽입하던지, 시청자들이 생각을 바꿔 웰메이드 드라마가 통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발상의 전환'이 시청자들에게도 필요한 것이다.
한마디로 '좋은 드라마를 만들라'고 주문만 할 것이 아니라 이같은 드라마가 계속 나올 수 있는 방송 풍토를 시청자들도 스스로가 만들어줘야 한다.
시청자들도 이들 두 드라마에 대해 "상당히 좋은 드라마다. 자극적 소재의 막장 드라마가 판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함을 겪고 있는 것이 아쉽다"고 소감을 전하고 있다.
요즘 우리시대에 필요한 것은 사소한 것에 분노하고 말도 안되는 사안에 몰입하는 것보다는 '공감'과 '감동'이 살아 숨쉬는 우리네들의 이야기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훨씬 의미가 있어 보인다.
황용희 기자 hee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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