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훈쇼', 정체성 없는 오락가락 콘셉트 토크쇼

[사진=KBS]

[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 KBS2 토크쇼 '박중훈 쇼 대한민국 일요일 밤'(이하 '박중훈쇼')이 종잡을 수 없는 콘셉트로 일관해 시청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박중훈쇼'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를 시사 이벤트를 통해 이슈화, 담론화하는 고품격 시사토크쇼, 만나고픈 사람들과 함께 눈물과 웃음을 나누는 감동토크쇼'를 표방하는 프로그램. 시사토크쇼를 자처하는 '박중훈쇼'는 장동건이 출연한 1회부터 안성기가 출연한 6회까지 주로 배우들로 게스트를 채워 연예 토크쇼에 가까운 콘셉트를 선보였다. 언론은 방송 초 MC 박중훈이 지닌 진행자로서의 자질을 문제 삼아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러나 '박중훈쇼'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진행자의 자질이나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는 시청률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정체성이다. 시사토크쇼를 표방하면서도 '박중훈쇼'는 6회 방송까지 줄곧 연예계 톱스타들을 게스트로 초대해 신변잡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관심을 유도했다. '박중훈쇼'의 문제는 연예인의 신변잡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방향성과 맞지 않는 주제 선택에 있다. 토크쇼 진행 도중 '상상 밖의 그녀'라는 엉뚱한 코너를 삽입해 비난을 받았던 1회 방송 이후 '박중훈쇼'는 독도 사랑 캠페인, 3당 원내대표 초대, 금연 캠페인 등을 통해 시사토크쇼의 콘셉트를 확립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사적인 소재는 톱스타 이슈 뒤로 묻히기 일쑤였다. 톱스타 섭외로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으나 정체성 확립에 실패한 제작진은 '비연예인'을 게스트로 섭외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1일 방송된 '박중훈쇼' 7회는 휴대전화 불법복제의 실체를 보여주는 실험을 선보이는 것으로 시작해 천재소년 송유근, 강원도 삼척 도계고등학교 뮤지컬부 학생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날 방송분은 휴대전화 복제 문제를 제외하면 현재 사회적으로 이슈를 끌 만한 소재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송유근의 경우 다른 프로그램에서 이미 소개된 내용들을 되풀이하는 것에 불과했고, 뮤지컬부 학생들의 이야기는 사소한 화제거리를 넘어서지 못했다. 일요일 밤을 맞이한 대한민국 시청자들이 주로 생각하는 사회적 이슈와 무관한 내용들이다. '박중훈쇼'가 방송 초 연예계 톱스타를 초대해 시선을 끌었다면 이제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확실히 보여줄 만한 소재와 주제를 선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다방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이슈를 선택해 게스트를 초대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고품격 시사토크쇼'의 과제인 것이다. '박중훈쇼'가 많은 사람들이 비교하는 프로그램인 '무릎팍도사'처럼 자극적인 내용을 유머러스하게 다룰 필요는 없다. 지향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중훈쇼'가 '무릎팍도사'로부터 배워야 할 점은 있다. 뚜렷한 콘셉트와 일관성, 시청자의 입장을 대신하는 집요한 질문이다. 시청자들은 '박중훈쇼' 제작진에 보다 도전적이고 현실적이며 집중력 있는 프로그램을 요구하고 있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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