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가 '동네북' 인가
증권사의 '꽃'으로 각광 받던 애널리스트들이 최근 고개를 숙이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의 윤리규범을 강화한다면서 금감원이 '발목잡기'에 나서는가 하면, 투자자들의 절반 가까이가 애널리스트들을 '신뢰할 수 없다'는 설문 결과가 나와 시장을 강타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애널리스트들의 '암흑기'가 열렸다는 자조섞인 얘기도 들린다. 도마위에 화제로 오르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18일 한국증권업협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개인 및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실태를 파악한 결과 개인 43.6%, 기관 38.4%가 애널리스트를 '신뢰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이는 전년보다 10% 정도 신뢰도가 하락한 수치다.
특히 애널리스트 추천종목에 대해 개인투자자의 15.2%, 기관의 8%만이 '신뢰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애널 당사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일단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변동성이 강한 장세에서 추천종목의 예측이 빗나가다 보니 시장에서 신뢰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외국계보다는 기관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국내 증권사의 한계가 아쉽다는 지적도 있었다. 윗선(?)에서 장미빛 전망을 선호하다보니 때론 소신과 다르게 보고서를 작성해 올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송종호 연구위원은 "최근에 애널들의 관측이 자주 틀리다 보니 투자자들의 신뢰가 떨어진것 같다"면서도 "외국계는 부정적 코멘트에 대해 어느정도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지만 국내사는 아무래도 (시장상황에서) 편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윤필중 삼성증권 연구위원도 "시장이 어렵다 보니 의식적으로 증시를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애널들이 있지 않겠느냐"면서"다만 (이번 설문조사처럼) 빙산의 일각을 갖고 전체를 매도하긴 힘들다고 본다"고 밝혔다.
최창규 연구위원은 "대부분의 리서치 자료는 개인용이 아니다. 또 커버 종목의 거의가 대형종목에 치우쳐 있어 거기서 발생하는 괴리감도 상당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하지만 기관이 신뢰 못한다는 건 납득하기 힘들다. 대형투자자들의 경우 매분기마다 증권사를 평가한다"고 반박했다.
권성률 하나대투증권 팀장은 "결과만 두고 말하는 투자자들의 투자성향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보고서의 판단 근거는 검토하지 않고 제목이나 투자의견만 파악해 투자 포인트를 결정하는 지금의 트렌드라면 어떤 설문이라도 50%정도는 '신뢰할 수 없다'라고 나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애널리스트들도 억대연봉을 받는 전문직인 만큼 소신있게 분석하고 이에 대해 책임을 지는 풍토가 정착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진오 기자 jo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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