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명고' 배우들 한목소리 '촬영은 추위와의 전쟁'

사진=SBS 제공

[아시아경제신문 속초(강원)=고재완 기자]겨울 드라마 촬영은 '추위와의 전쟁'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벽부터 진행되는 촬영, 첩첩 산중에 위치한 세트장, 외투를 걸칠 수 없는 한복, 이 3박자가 척척 맞아 떨어져 배우와 스태프들을 괴롭힌다. 지난 15일 강원도 속초 설악 한화리조트에서 진행된 SBS 새 월화드라마 '자명고' (극본 정성희ㆍ연출 이명우) 촬영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새벽부터 촬영을 시작한 배우와 스태프들은 갑작스런 한파로 이미 녹초가 된 상태였지만 촬영을 지체할순 없었다. 이날 촬영분은 낙랑국왕 최리가 고구려의 대무신왕 무휼 앞에 끌려오는 장면. 자명 역의 정려원은 자신의 촬영분을 다 마친 상태였지만 다른 연기자들은 계속해서 추위와 싸우고 있었다. 낙랑공주 라희 역의 박민영은 연신 담요를 덮었다가 이명우 PD의 "레디"소리에 담요를 스타일리스트에게 넘겨주는 일을 반복했다. 최리 역의 홍요섭은 입이 얼어 대사하기가 힘들어지니 망국(亡國)의 왕이 된 고통보다는 추위로 인한 고통이 더 커보였다. 대무신왕 무휼 역의 문성근과 그의 충신 을두지 역의 이영범은 가만히 앉아있거나 서있어야 하는 촬영이라 그저 추위에 대해 체념할 수 밖에 없었다.

이명우 PD와 박민영, 홍요섭.(왼쪽부터) [사진=SBS 제공]

자명 역의 정려원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사극은 체력싸움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오늘(!5일) 새벽에 나와서 촬영을 했는데 추위가 장난이 아니더라. '밥이 보약이다'라는 말을 새기고 많이 챙겨먹고 있다. 내 몸을 스스로 챙기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어서 마구 먹고 있다"고 농담처럼 말했다. 박민영도 이같은 추위속 촬영에 대해 "의상 자체가 노출이 좀 있다. 적어도 쇄골을 드러나는 의상이 많다. 그래서 아랫부분은 어떻게 해결이 되는데 노출되는 부분의 추위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냥 추위와 당당히 맞서려고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대무신왕 역의 문성근은 이날 기자와 만나 "첫 사극 출연인데 이렇게 추울지는 몰랐다. 산으로 둘러쌓인 곳에 세트장이 있으니 체감하는 추위가 도시의 그것보다 훨씬 더 크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덧붙여 그는 "50부작이라 아마 8월까지 촬영을 계속해야 할 것 같다. 추위는 그렇다치고 더위는 정말 견디기 힘들 것 같다. 첫 사극인데 늘 갑옷을 입고 있어야 하는 역이라 벌써부터 걱정이다"라고 전했다.

사진=SBS 제공

최리 역의 홍요섭은 "오늘 촬영은 망국의 왕이라 얇고 흰 한복을 입고 있어서 추위가 더했다. 게다가 대무신왕 앞에서 차가운 바닥에 무릎까지 꿇어야해 한기가 뼛속까지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름에 대비해서 머리를 기르고 있는 중이다. 머리가 짧으면 가발을 써야한다. 여름에 가발을 쓰면 견디기 힘들 것 같다"며 조연출을 가리켜 "이 친구가 좀더 빨리 말해줬더라면 이전부터 머리를 길렀을텐데 너무 늦게 얘기해줘서 그동안은 머리를 짧게 잘랐었다"며 농담을 했다. 을두지 역의 이영범은 이미 3일전부터 심한 감기에 걸린 상태. 그 역시 "감기에 심하게 걸려 몸이 말이 아니지만 촬영을 쉴 수는 없다"고 말하며 안쓰러운 투지를 발휘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그래도 틈틈히 쉬지만 병사들이나 궁녀 등 단역들은 늘 대기상태로 있어야 한다. 나름 준비를 하고들 오시겠지만 정말 많이 추우실 것 같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날씨와의 전쟁'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닌 '자명고'의 촬영. 이명우 PD를 비롯한 스태프와 배우들은 오늘도 추위와 싸우며 웰메이드 퓨전 사극을 만들어내기 위해 분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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