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애니콜'과 '황의 법칙'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면서 삼성전자를 대표했던 스타급 CEO였던 이기태 부회장과 황창규 사장이 물러나게 됐다. 사실 이 전 부회장과 황 전 사장의 퇴진은 지난해 인사 때부터 계속 거론돼 왔었다.
하지만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와 함께 지난해 삼성의 인사가 대폭 축소되면서 자리가 '보존'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번 인사를 앞두고 대폭적인 물갈이가 예고되면서 이 전 부회장과 황 전 사장의 퇴진은 인사를 앞두고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이기태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애니콜 신화'를 만든 장본인이다. 그의 퇴진은 2년 전 휴대폰 사업에서 손을 떼고 기술총괄로 자리를 옮기면서 퇴진설이 꾸준히 제기됐었다.
이 전 부회장은 인하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후 73년 삼성에 입사, 34년간 삼성전자를 떠나본 적이 없는 ‘순혈 삼성맨’이다. 1996년 정보통신본부 무선사업부장을 맡으면서 발군의 실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삼성 휴대전화를 노키아, 모토로라와 경쟁하는 세계 3대 브랜드로 성장시킨 공로를 인정받으면서 99년 부사장, 2001년 정보통신총괄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7년 동안 정보통신총괄을 이끌면서 휴대전화 사업부문을 반도체에 버금가는 주요 사업으로 키워낸 인물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반도체총괄에서 기술총괄로 자리를 옮긴 황창규 사장은 메모리반도체에 관한 한 국내외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1989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99년 부사장, 2000년 메모리사업부장, 2004년 반도체총괄 사장으로 승승장구했다.
특히 메모리사업부장과 반도체총괄을 담당하면서 D램의 세계 1위 경쟁력을 확고히 하고, 플래시메모리 분야도 삼성전자가 세계 1위로 올라서는 데 큰 기여를 한 인물이다. 반도체 메모리의 용량이 1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황의 법칙'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황 사장의 퇴진 역시 지난해 인사 때 반도체총괄 사장 직에서 물러난 뒤 꾸준히 거론돼 왔다. 당시 승진 없이 기술총괄 사장으로 수평이동한 것을 사실상의 좌천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윤종성 기자 jsy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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