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E!너는내운명①]'막장드라마'의 성공 요인

KBS 일일드라마 '너는 내 운명' [사진=KBS]

[아시아경제신문 임혜선 기자]'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KBS1 일일드라마 '너는 내 운명'이 9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드라마는 백혈병에 걸린 미옥(유혜리 분)이 새벽(윤아 분)의 곁을 지키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하며 끝을 맺는다. '너는 내운명'은 시청률 40%대를 기록, 일일드라마의 위력을 다시 한번 입증하며 '국민드라마'의 반열에 올랐다. 동시에 '너는 내운명'은 개연성 없는 사건과 억지 설정, 자극적인 소재 등으로 '막장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비난은 괜찮아~ 시청률만 좋다면…상업주의의 승리 '너는 내운명'은 드라마의 주 시청층인 중년 여성의 판타지를 담았다. 내 아들·딸이 좋은 집안의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길 바라는 부모님의 마음을 극단적으로 표현했다. 새벽이 좋은 집안에 시집가 고된 시집살이를 하는 과정이 다소 인위적이긴 하지만 중년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충족시키기에는 충분한 전개인 것. 극중 새벽은 온갖 방해를 딛고 호세(박재정 분)와 결혼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호세의 모친 민정(양금석 분)은 실어증에 걸린 것처럼 행동하며 두 사람의 결혼을 결사 반대했다. 억지 설정에 시청자들은 실소를 금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중년의 여성들은 자신의 자식에 대해 새벽처럼 좋은 배우자를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늘 갖고 있다는 것을 드라마는 반영했다. 판타지의 절정은 새벽의 친모 미옥의 등장이었다. 갑작스레 나타난 돈많은 친모의 등장으로 반전이 일어났고 새벽의 행복이 보장되는 듯했다. 하지만 고부간의 갈등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너는 내운명'의 PD와 작가는 고부간의 갈등을 골수이식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다. 참고 참았던 시청자들은 공식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과도한 설정에 대한 실망을 표현했지만 시청률은 오히려 더 올라갔다. 80년대 드라마에나 등장할 법한 신파 구조는 이미 눈높이가 높아진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을 것으로 예견됐지만 실제는 예상과 반대로 움직였다. 김명욱 PD는 이같은 '막장 설정'에 대해 "리얼리티보다는 통속극이라는 극의 성격과 드라마 안에서 감정선의 충돌에 더 비중을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시청자들은 김 PD의 연출 의도에 채널을 고정시킬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모두가 피곤한 저녁 시간…쉽고 단순한 갈등 구조 '너는 내운명'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유치원 때부터 전래동화를 통해 익히 듣고 본 '권선징악'이라는 아주 익숙한, 그리고 단순한 주제를 가졌다. 즉 시청자들이 아무 생각없이 편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이 하나의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출생의 비밀, 상상을 뛰어넘는 파격적 설정과 캐릭터 등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요소들을 드라마 곳곳에 잘 배치시켜 시청자들을 TV앞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오후 8시30분은 직장인이든 가정 주부든 자신의 하루 일과를 끝내놓고 휴식을 필요로 하는 시간대다. 이런 시간 무거운 주제는 당연 기피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등장 인물들의 깊은 고민은 찾아볼 수 없다. 어떤 사건에도 깊은 고민을 하거나, 상처를 입지 않기 때문에 시청자들 또한 심각해질 필요가 없다. 연실(이혜숙 분)이 유산 직후 위탁 받아 기른 아이를 보며 기뻐하는 데 1주일이 걸리지 않는 것은 이러한 단면을 잘 보여줬다. 새벽의 생모 미옥은 뒤늦게 찾은 딸 새벽을 위해 시댁 회사의 주식을 매입한다. 이유는 자신의 딸을 괴롭히지 말라고 협박하기 위해서다. 현실로 보면 가당치도 않은 설정이었지만 시청자들은 가벼운 설정이 오히려 편하게 시청할 수 있었다는 평이다. 상업주의에 쉬운 드라마 구조까지 더해지며 '막장 드라마'라는 오명을 얻었지만 '너는 내운명'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데 성공하며 자체적인 유종의 미를 거뒀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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