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 여파…용봉 0원·금남지하상가는 3년새 '반토막'
"하루종일 만원짜리 옷 한 벌도 못 팔았어요. 이렇게 장사해서 먹고 살 수나 있을지 막막하네요."
광주시 동구 금남로지하상가에서 여성의류코너를 운영하는 이모씨.
이씨는 "이곳에서 장사한지 5년이 넘었지만 요즘처럼 월세 내기 빠듯한 적도 없었다"면서 "그렇다고 장사를 때려치우자니 권리금만 날릴 형편이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9일 오후 광주시 동구 금남로지하상가에는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대다수 매장들이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최기남 기자 bluesky@
고유가와 물가상승 등 잇따른 악재들로 소비심리가 날로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지하상가 등 중소형 상가의 불황이 심각하다.
날이 갈수록 매출은 줄고 월세 내기도 어려워진 영세상인들의 장사 포기로 인한 매물도 늘고 있다.
그러나 하반기 경기도 좀처럼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면서 창업수요도 뚝 끊겨 점포를 내놓아도 거래가 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권리금이 '0원'인 상가도 속출하고 있다.
앞선 금남로지하상가의 경우 한 칸(14.5㎡ㆍ2.7평)당 권리금이 2000만~3000만원이던 것이 불과 3년새 반토막이 났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영세한 상가일수록 근근히 월세를 내며 버티고 있는게 요즘 현실"이라면서 "높은 권리금을 내고 들어와 본전 생각에 버티다가 결국 그냥 나가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상가 권리금이 바닥을 치자 매매가나 임대가 또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금남로지하상가 한 칸당 매매가는 5000만원, 임대가는 2500만원 선으로 지난해에 비해 각각 10% 하락했다. 10년전과 비교하면 매매가 2억7000만원, 임대가는 1억2000만원에서 20∼30% 수준으로 곤두박질한 상태.
실제로 중개업소에 매물로 나온 지하상가 36㎡의 매매가는 800만원에 나왔지만 거래는 성사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S공인중개사 장 모씨(54)는 "상인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매물을 내놓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최근 3달 동안은 거래도 뚝 끊겼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은 금남로지하상가뿐만 아니라 용봉지구, 조선대후문, 금호지구, 풍암지구 등의 상가도 예외가 아니다.
큰 도로에 인접한 상가의 경우 그나마 권리금이 붙어있지만 이면도로 점포는 무권리금으로 내놓은 점포가 다수를 차지할 정도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
북구 최고의 상권인 용봉지구의 경우 지난해 66㎡(20평형)를 기준으로 권리금이 2000만원 정도 형성돼있지만 현재는 받을 길이 막막해졌다는게 중개업체 이야기다
용봉지구 K공인중개사 대표는 "경기불황이 깊어질수록 권리금을 한푼도 챙기지 못하고 가게를 비우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매매가나 임대가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점포를 구하러 왔던 사람들도 불경기에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거래가 되지 않으니 시세자체가 의미가 없다"며 "최근 몇달간 상가계약 한건도 성사하지 못해 중개업소도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분식집, 술집 등 영세 상점들이 많이 모여있는 조대 후문 주변도 마찬가지다.
66㎡(20평) 음식점의 경우 권리금이 지난해 이맘때 4000만~6000만원 정도였지만 지금은 절반 이상 꺾였다.
이곳에서 맥주집을 운영하는 박모씨(40)는 "고객의 70~80%가 학생들인데 씀씀이가 줄어 장사가 너무 안된다"며 "권리금이라도 건질려고 가게를 내놨지만 성사가 안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풍암지구도 66㎡(20평형) 규모 상가의 권리금이 지난해만 해도 2000만~4000만원선에 형성됐지만 지금은 권리금을 찾아보기 힘들다. 인근 금호지구도 권리금 규모가 절반 이상 떨어진 현재 2000만~3000만원 선이다.
이곳에서 만난 대부분의 점포 주인들은 매출하락에 따른 권리금 폭락으로 쉽사리 점포를 내놓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형성된 권리금보다 2배 이상 주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공인중개사협회 광주지부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경기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권리금에 이어 상가 임대료가 급락하고 빈 상가가 늘어나면서 건물주들이 줄파산했던 외환위기 때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광남일보 박정미 기자 next@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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