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상에서 공연 표 재판매
원가 3~5배…전문 리셀러 기승
인기 가수 공연 입장권 예매는 흡사 전쟁을 방불케 한다. 단 1분이라도 늦으면 금세 매진되기 일쑤다. 이런 한정된 공급량이 '티켓 리셀'이라는 2차 시장을 형성했다. 티켓 예매에 성공했지만 개인 사정상 공연에 갈 수 없게 된 사람이 다른 팬에게 웃돈을 받고 입장권을 양도하는 방식이다. 온라인 팬덤에 익숙한 MZ세대에겐 티켓 리셀도 이미 보편화된 팬 문화의 일부다.
티켓 리셀은 비단 아이돌·가수 콘서트에 한정되지 않는다. 수요가 공급을 아득히 추월하는 모든 '입장권'이 티켓 리셀의 대상이 된다. 언제나 매진 행진을 이어가는 인기 영화의 아이맥스 티켓, 중요한 스포츠 경기, 유명 아이돌이 출연하는 뮤지컬 공연 등도 포함된다. 일례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 '아바타 2:물의 길' 특수 관 티켓도 리셀의 대상이 됐다.
티켓값 2배는 양반…수십 배 뛰는 경우도
과거 티켓 리셀은 표 예매에 성공했지만, 사정이 생겨 갈 수 없게 된 사람이 다른 팬에게 양도하는 취지로 소소하게 이뤄졌다. 하지만 공연 시장이 성숙하고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이제는 전문 '리셀러(reseller·2차 거래로 수익을 창출하는 사람)'가 등장했다. 특히 인기 티켓의 리셀 가격은 본래의 3~5배, 많게는 수십배가량 뛰는 경우도 있어 리셀러 사이의 경쟁도 치열해진다.
이미 티켓 리셀 거래를 중개하는 전문 플랫폼도 탄생했다. 국내 최대 티켓 리셀 사이트인 '티켓베이'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플랫폼은 티켓의 안전한 거래를 위해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 뒀으며, 대신 리셀러가 원가보다 높은 가격에 티켓을 팔아 차익을 얻었을 때 일정한 수수료를 뗀다. 이미 티켓베이의 회원 수는 180만명을 넘어섰다.
모든 사람이 리셀 시장의 형성을 반기는 것은 아니다. 수익 목적의 리셀러들이 활개 치면서 일반 팬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과거에 티켓 예매는 팬들만의 경쟁이었지만, 이젠 수천 명의 리셀러들이 가세해 더욱 치열해졌다는 것이다.
매크로 동원 사재기·암표도 기승…시장 확대 위해 넘어야 할 산
게다가 일부 리셀러는 홈페이지에서 자동으로 예매 버튼을 눌러주는 매크로 프로그램 수십기를 사용한다. 팬들의 불만이 커지자 티켓 판매자 측은 리셀 행위를 모니터링하거나, 매크로의 접근을 막기 위해 예매 창에 비밀번호를 설정하는 등 갖은 수단을 동원하기도 한다.
리셀러가 암표 매매상과 무엇이 다르냐는 지적도 있다. 다만 현행법엔 온라인 리셀을 제재할 법적 근거는 없다. 현재 암표 판매는 경범죄에 해당하며 2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법이 명시하는 암표는 '흥행장, 경기장, 역, 나루터, 정류장' 등에서 매매하다 적발된 경우로 한정된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표를 2차 거래하는 행위는 암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국회에서도 과도한 티켓 리셀을 규제하는 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현재까지 심사 과정에 오른 적은 없다. 일례로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9월 '원 판매자 동의 없이 티켓을 다른 사람에게 원가 이상 금액으로 넘길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연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 법안은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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