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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고발' 덫 걸린 대구 식품업체 '명예회복' … 엮인 경무관 2명까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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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식품위반법 위반 혐의 삼화식품 대표 등 관계자 모두 무죄
함께 기소된 대구출신 경무관 2명도 무죄…경찰 2명은 집유·벌금형

'내부 고발' 덫 걸린 대구 식품업체 '명예회복' … 엮인 경무관 2명까지 '무죄' 삼화식품 본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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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최재호 기자] 반품 장류 재활용이란 덫을 놓은 '내부자 고발 자작극'에 휘말려 폐업 벼랑 끝까지 몰렸던 대구지역 향토 식품업체가 검찰 불기소 결정과 법원의 무죄 판결로 치욕적 불명예에서 일단 벗어나게 됐다.


하지만 고위 경찰까지 억울하게 엮인 이번 사건은 '블랙컨슈머' 등 악성 민원에 경찰이 밀어붙이기식 수사를 강행하면 어떤 결과를 빚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자치경찰제 시행을 앞두고 경찰 내부에 큰 숙제를 남긴 것으로 보인다.


대구지법 서부지원 제1형사부(김정일 부장판사)는 14일 공무상 비밀누설혐의로 불구속기소된 배봉길(60) 전 대구경찰청 2부장(경무관급)과 또다른 경무관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와 함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교사 혐의로 기소된 삼화식품 대표와 함께 '브로커'로 덧씌워진 납품업체 사장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대구지검은 지난달 10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 등과 관련해 경찰에서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삼화식품 대표 등 7명에 대해 모두 '불기소처분'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로써 한 언론사의 의혹 제기로 시작된 이 사건은 지난 1년여 동안 해당 업체에 대한 도덕성 논란으로 지역 여론을 뜨겁게 달궜지만 경찰의 무리한 수사 배경은 알 길이 없어, 식품업계에 또 하나의 '트라우마'로 남게됐다.

"반품을 재활용 가공" 노조원 진정서 제출 -> 일선署 내사종결 -> 대구廳 자체 수사
"자작극" 양심선언 -> 기획·편파수사 논란 -> 회사 관계자 입건 -> 법원 '무죄' 판결

68년 전통을 자랑하는 대구지역 장류 전문제조업체 삼화식품의 '반품 장류 재활용 의혹' 사건은 진정서를 접수한 일선 경찰서의 내사 종결→언론사 폭로성 보도→식약청 현장 조사 무혐의→대구경찰청 전격 압수 수색 등으로 이어지면서 반전을 거듭했다.


이후 문제의 동영상을 제출한 노조원은 "회사 전직 총무부장의 회유와 압력으로 공장을 옮기기 전에 찍은 '반품 폐기 작업'을 마치 재가공인 처럼 거짓 진술했다"는 취지로 양심 선언했다. 배후 인물로 지목된 총무부장 또한 "의혹 제기는 또 다른 간부 직원을 몰아내려고 한 거짓 진술이었다"며 회사 측에 고소를 취하해 줄 것을 요청하는 진술서를 내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도, 대구경찰청은 일선 경찰(성서경찰서)이 내사종결한 사건에 대해 5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지난해 6월17일 삼화식품 관계자들을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건은 무려 9개월 뒤에야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으로 종결했다.)


이후 해당 회사와 지역 식품업계가 기획·편파수사라는 점을 집중 부각하는 과정 속에 또 다른 반전이 일어난다.


당시 이 사건을 진두 지휘하던 대구경찰청 형사과장의 지휘선상에 있는 배봉길 2부장이 다른 지역청 근무 후배 경무관과 함께 전격적으로 재판에 넘겨진 것이다. 이들 2명은 대구경북지역에서는 경무관급 현직 간부로는 처음으로 구속될 처지에 몰렸다가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을 모면했다.


경찰청이 같은해 6월11일 대구경찰청과 성서경찰서를 압수수색할 때만해도 무리한 수사에 따른 감찰로 여겨졌으나, 그로부터 4개월 뒤인 10월20일 이들 경무관 2명은 다른 경찰 2명과 함께 공무상비밀누설 또는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되면서, 경찰 내부에서조차 큰 충격에 빠졌다.


삼화식품 측의 부탁을 받고 수사 기밀을 넘겨준 혐의를 받은 배 경무관은 충북경찰청 1부장으로 좌천됐다가 그해 10월 직위해제된 뒤 12월에 정년퇴직했다. 울산경찰청 1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던 또 다른 이모 경무관도 이 사건에 연루돼 홍역을 겪었다. 이모 경무관은 2019년말까지 대구청 형사과장으로 재직하다가 경무관으로 승진하면서 울산지방경찰청으로 자리를 옮긴 인물이다.


이들 2명 경무관급 경찰은 15일 선고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성서경찰서 정보관 김모 경위는 개인정보법 위반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대구경찰청 김모 경정은 직권남용행사죄 혐의로 벌금 800만원을 각각 선고받았다.


이날 삼화식품 측 관계자와 경무관급 경찰에 대한 1심 선고와 관련, 검찰의 항소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와 무관하게 삼화식품 측은 '반품 재활용 의혹'을 첫 보도한 언론사에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수사과장 등 수사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고소과 항고를 이어가고 있어, 지역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번 사건의 여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영남취재본부 최재호 기자 tk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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