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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연극이 대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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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연극이 시작되고 채 10분 지났을까.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연극이 대체 뭐길래?’라는 근원적 질문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당시 무대 위 배우에게서 설명하기 힘든, 압도적인 뭔가를 느꼈던 것 같다. 일흔한 살의 노배우는 이미 중앙에서 뒤편으로, 다시 오른쪽으로 움직이며 네 번째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었다. 메피스토펠레스와 파우스트 그리고 이반과 알로샤.


지난해 말 공연한 연극 ‘대심문관과 파우스트’는 정동환 배우의 1인극이었다. 연극은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의 ‘파우스트’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1821~1881)의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엮었다. 대심문관은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이반이 동생 알로샤에게 들려주는 극시의 제목이다.


‘파우스트’와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괴테와 도스토옙스키의 역작이다. 괴테는 80여년 생애 중 60년이나 공들여 ‘파우스트’를 집필해 죽기 1년 전 완성했다. 도스토옙스키는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완성하고 3개월 뒤 영면에 들었다. 원작 자체가 신과 인간, 종교와 구원 등 어려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여기에 두 원작을 합쳐놓다 보니 연극의 내용에 대해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연극 속으로 빠져드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노배우에게서 단순히 열정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무대 위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어떤 경지가 느껴졌다. 그래서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노배우는 대심문관까지 혼자 1인 5역으로 두 시간 가까이 연극을 끌고 갔다. 심오한 주제가 담긴 대본을 외우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완전히 연기에 몰입한 듯 노배우의 얼굴은 가끔 희번득거렸다.


2020년은 난감하기 짝이 없는 해였다. 문화 담당 기자는 공연이든 전시든 일단 작품을 봐야 쓸거리가 생기는데 공연과 전시는 걸핏하면 취소됐다. 간간이 공연을 볼 때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좋은 공연을 보고도 소개하기가 꺼림칙했다. 지난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1991년 이후 29년 만에 지정한 ‘연극의 해’였다. 축제의 해가 돼야 했지만 예기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쓸쓸하고 힘겨운 해가 되고 말았다.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 현재 극장에서는 30% 정도만 객석을 채울 수 있다. 적자를 감수할 수 없어 아예 취소·중단된 공연도 부지기수다. 그럼에도 공연은 계속 돼야 한다며 30%의 객석만으로 꾸려가는 공연도 있다. 새해가 됐음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심문관과 파우스트’ 공연의 여운이 오래가는 느낌이다. 배우가 연극에 임하는 진심을 가장 크게 느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10분도 채 되지 않아 극에 빠져들게 만드는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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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환씨는 ‘대심문관과 파우스트’ 프로그램북에 연극이란 무엇일까 스스로 묻고 답도 썼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극한의 고통과 고뇌의 내적 갈등을 겪고 마침내 존재의 의미에 대한 긍정적인 깨달음을 얻는 노정인 것이다." 올해는 극장 가는 마음이 좀 더 편해지기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연일 1000명을 넘는 수준에서 최근 600명대 정도로 줄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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